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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공모자, 23년 만에 유죄 인정

등록 2022-08-17 16:44수정 2022-08-17 17:21

2심서 징역 12년 선고…전체 형량 13년6개월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지난 1999년 11월 제주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모 피고인에게 23년 만에 유죄가 인정됐다.

광주고법 제주 형사1부(재판장 이경훈)는 17일 살인과 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아무개(56)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협박 혐의로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유지했다. 이에 따라 김씨의 전체 형량은 13년6개월이 됐다.

재판부는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는 범행을 지시하거나 음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김씨는 직접 범행한 동갑내기 조직원 손아무개(2014년 사망)씨가 이 사건 범행에 특별 제작한 흉기를 이용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손씨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김씨는 살인죄의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김씨가 누군가로부터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해달라는 사주를 받은 후 공모해서 피해자를 숨지게 함으로써 죄질이 무겁다”며 “유족은 오랜 기간 충격과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공소사실을 보면,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에 소속된 김씨는 1999년 8~9월 성명불상자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이아무개(당시 45살)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겠다. 조직에서 네가 가장 믿을 수 있는 동생 하나를 골라 혼 좀 내줘라”는 지시와 함께 현금 3천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손씨와 공모해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생활패턴과 동선 등을 파악한 뒤 같은 해 11월5일 오전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주변 도로에서 이 변호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유죄 판결이 선고되자 고인의 법률사무소 사무장이었던 고아무개씨는 방청석 의자를 붙잡고 오열했다. 고씨는 “피해자 유족이 지낸 통한의 세월에 비하면 형량이 아쉽지만, 피고인을 단죄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가 숨진 뒤 경찰이 총력을 기울여 수사했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2020년 <에스비에스>(SBS) 시사다큐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사건을 재조명한 뒤 수사가 재개됐고, 필리핀에 머물다 귀국한 김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김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하는데도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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