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입니다. 좁은 수조에 갇혀 냉동 생선만 먹으며 휴일도 없이 1년 내내 쇼를 해야 하는 노예제도예요. 평균 수명이 40년인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는 겨우 4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아십니까?”
최근 인기리 방송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돌고래를 보러 수족관에 안 가봤냐’는 친구 말에 우영우가 쏟아낸 대사다. ‘우영우 신드롬’의 덕을 봤을까. 제주도 내 수족관에 남아 있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가 바다로 귀향한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에 있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시민단체, 전문가 등과 협력해 4일 오전 10시께 서귀포시 대정읍 바다에서 해양 방류를 위한 야생 적응 훈련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제주지역에서는 그동안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를 시작으로 2015년엔 태산이와 복순이, 2017년 금등이와 대포 등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퍼시픽리솜에 비봉이만 남아 있다.
그동안 동물보호단체 등은 수족관 돌고래를 돌려보내야 한다며 줄기차게 돌고래의 바다 방류를 요구해왔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4월21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바다 방류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해양생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퍼시픽리솜을 운영하는 호반호텔앤리조트의 서울 본사 앞에서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비봉이를 하루빨리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퍼시픽리솜은 돌고래쇼장을 폐쇄하고 바다로 방류하라”며 손팻말 시위를 벌이는 등 비봉이의 바다 방류를 요구해왔다.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 120여마리가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도는 이번 바다 방류를 위해 지난 6월 해양수산부, 호반, 핫핑크돌핀스, 제주대 등 관련 기관 및 단체, 전문가 등과 함께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방류 세부계획을 세웠다. 비봉이는 서귀포시 대정읍 해역에 설치된 가두리에서 활어 먹이 훈련, 야생 돌고래들과의 교감 등 적응 훈련을 거쳐 최종 방류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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