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과 동광리 주민들이 지난해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에서 조농사를 짓기에 앞서 땅살림 코사(고사)를 지내고 있다. 제주민예총 제공
제주4·3 당시 초토화 돼 지금은 주민이 살지 않는 이른바 ‘잃어버린 마을’인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에서 눈물의 위령주를 빚는다.
제주민예총(이사장 김동현)은 ‘2022 예술로 제주 탐닉’ 프로그램의 하나로 무등이왓에서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 을 기획했다고 30일 밝혔다.
제주민예총은 지난해 처음으로 무등이왓에서 직접 조를 심어 키워 술을 빚었다. 농사를 해 본 적이 없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4·3 때 불타 없어진 집터에 씨를 뿌리고 검질(김)을 매는 작업 끝에 조를 수확해 동광리 주민들과 민예총이 함께 지난 3월 제주4·3평화재단에 추념식 때 위령주로 사용하도록 전달했다.
제주민예총과 동광리 주민들이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에서 재배해 빚은 고소리술로 4·3 당시 피신처였던 큰넓궤에 술들이기를 하고 있다. 제주민예총 제공
올해의 조 농사는 다음달 16일 땅살림코사(고사)와 파종을 시작으로 검질매기, 조와 당신을 위한 작은음악회(10월7일), 추수, 고소리술 만들기(11월11일), 큰넓궤 술들이기(12월3일) 등 12월까지 동광리 무등이왓 일대에서 이뤄진다. 집터에 조를 파종하고 재배해 거둬들이고, 술을 빚는 과정을 제주민예총과 이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한다.
제주4·3 당시 130여가구가 거주한 무등이왓은 ‘잃어버린 마을’ 122곳 가운데 가장 큰 마을로, 조와 메밀, 콩 등을 재배했다. 1948년 11월15일 토벌대가 무등이왓 마을을 진입해 주민 10명을 총살했으며, 21일에는 주민 3명을 총살하고 마을을 불태웠다. 동광리는 무등이왓(130여가구)과 조수궤(10여가구), 사장밧(3가구), 간장리(10여가구), 삼밧구석(45가구) 등 5개 자연마을로 이뤄진 중산간 마을로 4·3 당시 최소한 172명이 희생됐으며, 인근에는 주민들이 피신 생활을 했던 큰넓궤가 있다.
제주민예총과 동광리 주민들이 지난해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에서 재배한 조를 수확하고 있다. 제주민예총 제공
김동현 이사장은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은 아픈 역사의 사실을 과거의 일로 놓아두지 않고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한 예술행동이자 공동체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참가를 원하면 제주민예총(064-758-0331)에 문의하면 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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