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내 폐원 감귤원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설. 허호준 기자
“생각지도 못했던 개발부담금으로 1억3천만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어요. 이의신청했더니 부담금이 감액되기는 했지만 8700만원이 나왔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서 콩 농사를 하는 이종우(50)씨는 지난해 5월 개발부담금 부과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14일 <한겨레>와 만나 “처음부터 개발부담금을 낸다는 것을 알았다면 임대계약을 했겠느냐”며 “제주도가 농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거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은 이렇다.
이씨는 2016년 10월 제주도가 마련한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 제주도는 이 사업에 참여하면 ‘연금’처럼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사업은 부적지 감귤원이나 유휴 경작지 등을 가진 농가가 사업자에 토지를 20년 동안 빌려주는 대가로 안정적 수익(임대료)을 얻고, 사업자는 해당 토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 전기를 팔아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당시 원희룡 지사도 “일종의 ‘태양광 연금’이다.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전국에 큰 파급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0년 6월께 이씨 농지 4천평에 994㎾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씨가 사업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는 발전사업 개시 후 15년차까지는 연간 3천만원을, 그 이후부터 계약 기간 종료 시점까지 5년간은 3천만원보다 좀 더 받는 것으로 계약을 맺은 터였다. 물론 농지를 잡종지로 전환하는 데 따른 형질전환 비용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비는 부담했다.
이런 계산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얼마 못 가서였다. 우선 전국적 땅값 상승 영향으로 종합부동산세가 1천만원이나 나왔다. 농지로 유지했으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세금이었고 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이렇게 땅값이 오를 줄 몰랐다. 결정타는 개발부담금이었다. 농지를 사업 용도로 개발한 데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일부 환수하려는 목적의 부담금인데, 이씨는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 설명을 들을 땐 전혀 알지 못하던 ‘우발 비용’이었다. 이씨는 “연간 임대료 3천만원을 받아 세금(종부세 및 재산세) 빼면 1500만원 정도 남는다. “여기에 8천만원이 넘는 목돈(개발부담금) 내고 나면 실제 순수익은 더 준다”며 “20년 동안 토지가 묶여 팔 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농가 62곳이 대부분 이씨와 같은 처지에 내몰린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은 단체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도가 사업 설명 과정에서 수천만원이 드는 개발부담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봐서다. 현재 해당 사업에 참여한 농가 중 11곳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씨 등이 참여한 제주감귤태양광토지주협의체 등은 이날 성명을 내어 “‘고수익 보장’이라는 말로 농가들을 현혹한 뒤 문제가 발생하자 농가에 책임을 떠넘기는 제주도정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한다”며 “제주도는 잘못을 인정하고 개발부담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제주도의 해당 사업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발부담금 관련 상세한 안내가 미흡했던 거 같다. 6년 전 일이어서 당시 자료를 찾고 있다”고만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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