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림 훼손 논란이 일었던 제주 비자림로 일부 구간 도로 확장 공사에 따른 동물보호울타리 설치 공사를 위한 작업이 18일 이뤄지고 있다. 허호준 기자
18일 오후 제주시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로 이어지는 비자림로의 삼나무림 옆에서는 포클레인이 수풀을 헤치며 부지런히 기반공사를 하고 있었다. 도로 확장공사를 위해 삼나무림을 베어내는 작업을 하다 시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강한 반발로 공사가 중단돼 수풀만이 무성하게 자란 곳이다. 그 옆으로는 자동차들이 부지런히 오갔다.
지난 2018년 공사가 시작된 뒤 시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제주시 비자림로(대천~송당 구간) 확장공사가 2년여 만에 재개된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대한 설계변경을 마치고 공사에 들어간다고 18일 밝혔다. 도는 지난 17일부터 공사 구간에 법정 보호종의 동물찻길사고(로드킬)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 울타리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도는 오는 7월까지 동물보호 울타리를 설치한 뒤 도로 확장을 위한 본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공사 구간은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들머리까지 2.94㎞ 구간으로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한다. 보상비를 포함한 공사비는 모두 242억원이며 공사 기간은 본 공사 시작 뒤 3년이다.
도는 애초 이 도로를 너비 21m의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려 했으나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환경 저감 대책 마련 요구에 따라 도로 너비를 16.5m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차선은 그대로 왕복 4차선을 유지한다. 도 관계자는 “도로 한가운데 중앙분리대를 없애고 도로 구조 지침에 따라 나무 훼손을 최소화하면 도로 너비를 줄여도 왕복 4차선을 개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2018년 8월 공사가 시작됐으나 공사 직후 삼나무 900여 그루를 베어내면서 환경훼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사 구간은 현재의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에 1970년대 인공조림된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또 비자림로 인근 숲과 계곡에서 애기뿔쇠똥구리와 팔색조 서식지 등 멸종위기보호종 동식물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시민과 환경단체, 문화예술인들까지 나서 반대운동을 펼쳐 전국적인 공감을 불렀다.
도는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통해 일부 구간의 도로 너비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2020년 5월 공사를 재개하려고 했으나, 환경청 쪽이 “환경훼손 저감 방안 마련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주도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사 중단을 요구해 2020년 6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도는 그 뒤 협의를 통해 애기뿔쇠똥구리 등 법정 보호종 야생동식물을 대체 서식지로 옮기고 생태도로 설치, 도로 너비 축소 등의 환경 저감 대책을 제시하면서 협의가 마무리됐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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