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경험자들이 4·3트라우마센터에서 진행하는 미술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 제공
제주4·3 경험세대 등 국가폭력 피해자 심리치유를 목적으로 문을 연 제주4·3트라우마센터에 4·3 유족들의 이용이 늘고 있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는 지난달 기준 등록이용자가 833명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이는 개소 첫해인 지난 2020년 475명에 견줘 2년 만에 75%가 증가한 것이다.
센터 쪽은 주간 및 월간 단위로 전문심리 프로그램을 비롯해 예술치유, 4·3이야기마당 등의 프로그램을 요일별로 진행하는 한편 심리상담과 운동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매주 금요일 진행하는 4·3이야기마당은 유족 20여명 안팎이 참여해 마음속에 담아왔던 4·3 경험담을 다른 경험자들과 공유하는 자리로 관심을 끌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부터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등 4·3 당시 대표적인 집단학살이 있었던 마을을 방문해 찾아가는 마을별 치유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이와 함께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난달 23일에는 건강강좌와 숲 치유, 힐링 치유 음악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정서적 안정을 꾀했다고 센터 쪽은 밝혔다.
그러나 개소 2년을 맞은 트라우마센터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3 경험자들이 대부분 80대의 고령으로 이동하기가 불편한 점을 들어 센터 이용 중심에서 벗어나 고령 유족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4·3이 발생한 지 70여년이 지난 만큼 센터가 의학적 치유보다는 심리적·정서적 치유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4·3 단체 관계자는 “센터가 활성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4·3 경험세대가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유족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노년의 삶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심리적 치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 쪽은 “앞으로 피해자들의 공동체적 연대감을 조성하고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 체계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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