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해안에 설치된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나 이동하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지난 10일 오후 7시49분께 제주시 한림항 방파제에서 산책하던 관광객 ㄱ(62)씨가 테트라포드 아래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제주지역에서 해마다 해안가 테트라포드 위에서 이동하거나 낚시하려다 테트라포드 틈새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사고가 잦은 구역에 대해 출입을 금지했지만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20대 관광객이 광장 난간 위로 올라서다 테트라포드 틈새로 떨어져 해경과 119구조대가 긴급 출동해 구조했다. 지난 2월17일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동방파제에서 40대 낚시객이 낚시하기 위해 이동하다 테트라포드 아래로 떨어져 크게 다치기도 했다.
테트라포드(tetrapod·사발이)는 파도나 해일 등을 막기 위해 방파제에 설치하는 대형 콘크리트 블록으로 뿔 모양의 다리 네 개가 붙은 형태이다. 길이 5m, 무게는 최대 10t에 이른다. 그러나 물기와 이끼가 많아 미끄러워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제주해경의 말을 들어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도내에서 일어난 테트라포드 사고는 모두 24건이다. 2017년 7건, 2018년 5건, 2019년 4건, 2020년 4건, 지난해 4건 등으로 인명피해는 사망 4명, 부상 21명 등 모두 25명에 이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금까지 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해안가 테트라포드에서 사고가 되풀이되자 해양수산부는 2020년 7월 항만법을 개정해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전국 60개 항구 테트라포드를 항만 내 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는 제주항과 서귀포항, 애월항, 한림항, 화순항, 성산항 테트라포드가 항만 내 위험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게시판 정도만 있을 뿐 테트라포드가 많고 넓은 해안가에 통행이나 접근을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해안가를 찾는 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테트라포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테트라포드 위에서 이동이나 낚시 등의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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