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열린 제주들불축제 불놓기 모습. 제주시 제공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진화에 총력체제로 대응하는 가운데 제주시가 ‘제주들불축제’를 계획대로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 산불이 재난급으로 번진 상황에서 오름에 불을 놓는 축제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는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를 주제로 드라이브인 형식으로 제24회 제주들불축제를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제주들불축제는 1970년대 초까지 제주도내 중산간에서 소와 말의 방목을 위해 목초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구제했던 풍습을 축제로 재현한 것이다. 1997년부터 열린 축제는 해마다 음력 1월15일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렸으나 겨울철 추위와 궂은 날씨로 행사에 차질을 빚게 되자 2013년부터 3월에 열고 있다. 들불축제는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다.
행사 첫날인 오는 18일 개막행사는 들불축제의 의미를 되새기며 무사안녕과 일상 회복을 기원하는 소망을 담은 성화 점화식과 개막 축하 공연이 열린다. 둘째 날에는 축제의 절정인 ‘오름 불놓기’가 있다.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액운을 떨친다는 의미로 새별오름의 남사면을 불태우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는 들불콘서트를 시작으로 미디어아트쇼, 화산 분출쇼 등이 펼쳐진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오전 10시부터 새봄 맞이 묘목 나눠주기 행사가 진행된다.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도 행사 기간 이어진다. 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들불축제를 중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동해안 산불이 재난급으로 번지고 해당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상황에서 ‘축제’의 하나인 들불축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한 시민은 제주시청 누리집에 “지금 산불로 고통받는 강원도민들을 생각한다면 (축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예산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도움을 주든지, 도민 이름으로 성금을 지급하든지(해야 한다). 들불축제가 그대로 진행되면 정말 생각 없는 제주도민과 제주도 행정의 민낯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시 관계자는 “새별오름 주변에는 민가가 없고, 화재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어 현재로써는 예정대로 들불축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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