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보 여행객이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제주올레 1코스를 걷고 있다.
지난 1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한 해안도로. 혼자 또는 서너명이 함께 모슬포 방향 또는 중문 방향으로 걷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보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제주올레길’ 가운데 하나인 10코스(화순~모슬포)다.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배낭을 둘러매고 해안이나 숲길을 걷는 도보 여행객들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걷기여행 열풍을 일으킨 제주올레길 탐방객이 1천만명을 넘었다. ㈔제주올레는 지난 1월 말 기준 올레길 탐방객이 1005만7084명이라고 밝혔다. 2007년 제주올레 1코스가 개장된 이후 15년 만이다. 2012년 26개 전 코스(425㎞)가 완성된 이후 제주올레 완주자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10코스에서 만난 김명성(46·서울)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시간이 나면 한 두 코스씩 제주올레길을 걸으러 비행기를 타고 온다. 이틀 정도 올레길을 걷고 직장에 복귀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동료들에게도 올레길을 걸어보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2007년 9월 제주올레 1코스가 개장식에 참가한 도보 여행객들이 둔지봉을 향해 걷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제주올레길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제주올레 모든 코스를 완주한 도보 여행객은 4464명으로 전년도(2778명)에 견줘 61%나 늘었다.
친구와 함께 일주일 동안 올레길을 걷고 있다는 박아무개(25)씨는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과 외국으로 나가지 못해 제주에 왔다. 제주의 바다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중산간 지역을 따라 난 올레길도 매력이 있다”며 “올레길을 걷다가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카페에 들르는 맛도 있다”며 웃었다.
제주올레가 지난 1월 올레길을 완주한 도보 여행객 409명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레길을 걷게 된 동기(중복 응답 가능)는 △마음의 휴식 202명(49.4%), △제주여행 162명(39.6%), △건강 159명(38.9%) 등 순으로 나타났다. 1월 완주자 가운데 93명은 2회 이상 완주한 경우였다. 10차례 이상 완주한 도보 여행객도 20명이나 됐다. 경기도 안성에 사는 오세흥씨는 무려 52차례나 제주올레길을 완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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