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순력도의 ‘한라장촉’에는 당시 군사시설과 목장, 도로, 오름, 마을 이름, 하천, 포구 등이 자세히 그려져 있어 18세기 초 제주도의 지리·지형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도 제공
18세기 제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 기록화첩인 보물 ‘탐라순력도’의 국보 승격이 또다시 추진된다.
제주도는 구만섭 도지사 권한대행이 지난 24일 문화재청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만나 보물 제652-6호로 지정된 탐라순력도의 국보 승격을 건의했다고 25일 밝혔다. 구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탐라순력도는 그림으로 표현한 <목민심서>라고 할 만큼 국보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 탐라순력도를 국보로 지정하도록 문화재청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청장은 “탐라순력도가 조선시대 지방관의 순력을 그린 국내 유일의 기록화첩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가치가 인정된다. 국보 지정은 문화재위원들이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국보 지정 조사 때 가치를 알려달라. 문화재청도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도는 2019년 11월에도 문화재청에 탐라순력도의 국보 지정 신청서를 낸 바 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보 지정은 보물 가운데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큰 것 △조형미나 제작기술이 특히 우수한 것 △제작연대가 오래되고, 그 시대의 대표적인 것으로 특히 보존 가치가 큰 것 △형태·품질·제재·용도가 현저히 특이한 것 등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청에 신청하면 전문가 3인 이상의 지정조사와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의 검토와 심의 등을 거쳐 이뤄진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28년)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이 그해 가을 제주도내 각 고을을 순찰하는 내용과 여러 행사장면 등을 담고 있다. 모두 43면으로 구성된 화첩은 지방관의 순력을 그린 국내 유일의 기록화첩으로 희귀성이 있고, 300년 전인 18세기 초 제주도의 지리·지형은 물론 관아·군사·물산·풍물·의례 등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 화첩은 제작자인 제주목사 이형상과 그림을 그린 화공 김남길, 제작시기(1703년 완성)가 명확한 기록화첩으로 역사적, 회화사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탐라순력도는 1979년 2월 지정된 보물 제652호 <이형상 수고본> 10종 15책 가운데 일부로, 1998년 제주시가 사들여 국립제주박물관에 기탁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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