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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제주바다 이웃한 동네책방 “생태제주 위한 독립출판 꿈”

등록 2022-02-20 18:53수정 2022-02-21 02:31

[짬] 제주 동네책방 ’인터뷰’ 강시영 대표

제주 서귀포시 호근동에서 동네책방 ‘인터뷰’를 운영하는 책방지기 강시영씨. 허호준 기자
제주 서귀포시 호근동에서 동네책방 ‘인터뷰’를 운영하는 책방지기 강시영씨. 허호준 기자

“제주 땅이 개발이란 명분으로 무참히 파괴돼 가는 걸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제주의 자연, 그리고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소중한 흔적들이 조금이나마 유지되고 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에 독립출판물을 내게 됐습니다.”

지난 19일 뒤로는 한라산이,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서귀포시 서호동 책방 ‘인터뷰’에서 만난 책방지기 강시영(58)씨 말이다. 그는 최근 <세계자연유산이 뭐길래, 볼수록 경이로운 제주>와 <신이 내린 씨앗, 메밀>을 펴낸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작은 동네책방이 책을 두권이나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제주환경문화원장인 그는 <세계자연유산이…> 책에는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그가 취재한 세계 자연유산 현장과 유산 등재 막후 과정을 담았다. 책방 간판과 함께 ‘제주환경문화원’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을 정도로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책방 인터뷰가 최근 제주형 독립출판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lt;세계자연유산이 뭐길래, 볼수록 경이로운 제주&gt;와 &lt;신이 내린 씨앗 메밀&gt; 등 두 권의 제주 관련 책을 펴냈다.
책방 인터뷰가 최근 제주형 독립출판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계자연유산이 뭐길래, 볼수록 경이로운 제주>와 <신이 내린 씨앗 메밀> 등 두 권의 제주 관련 책을 펴냈다.

그는 지역일간지 기자로 오랜 기간 제주의 환경과 생태문제를 다뤄온 환경전문가다. 1990년대 초 제주자생식물동호회 참여를 계기로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한라산과 오름, 세계지질공원 등을 기획 보도했다

2007년 6월 영화 <반지의 제왕> 무대가 됐던 뉴질랜드 남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때 현지 취재했던 강씨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제주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유산의 진정성을 잘 보존하고 이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을 최상의 과제로 여겨야 한다. 활용도 보존의 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는 세계유산지구뿐 아니라 섬 전체가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어느 한 곳에 구멍이 뚫리면 섬이 가진 생명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제주형 독립출판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책 출간에 뛰어든 이유는 ‘생태제주’의 정보접근성을 높여 제주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자원을 주제로 한 환경과 문화의 거점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제주도가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자연과학 분야 3개 타이틀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주 밭담이 세계농업기구(FAO)의 세계농업유산으로 인증받았지만, 제주의 자연·문화·환경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안내하는 대중친화적 일반 출판물은 빈약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앞으로 세계지질공원과 생물권보전지역을 소재로 한 제주형 독립출판물 시리즈도 계속 출판할 예정이다.

지역일간지 기자 출신 환경전문가
3년 전 책방 열고 ‘제2의 삶’
역사 토크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
최근 ‘제주 자연’ ‘메밀’ 다룬 책도 출판

“제주 알리는 독립출판 계속할 터
공공기관, 동네책방에서 책 사길”

서귀포시 호근동에 자리한 동네책방 ‘인터뷰’.
서귀포시 호근동에 자리한 동네책방 ‘인터뷰’.

“공공기관에서 거액의 예산을 들여 발간하는 향토자료들이 비매도서로 시민들에게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일부는 소량 발간하는 바람에 특정인만 볼 수 있는 실정”이라는 강씨는 “제주형 독립출판물은 제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제작, 감수에 참여토록 해 다양한 정보 제공과 친근하고 쉬운 토박이 제주여행 안내서 구실도 하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기자에서 책방지기로 전업한 이유에 대해 “동네책방 운영이 로망이었다. 20여년 동안의 기자 생활을 접고 제2의 삶을 준비하면서 국내 여러 곳의 책방을 둘러보고, 우리만의 정체성 있는 책방을 만들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의 아내(현순안)도 같은 신문사 기자 출신이다.

“책방 이름 ‘인터뷰’는 제주의 생태환경, 역사문화를 공유하고 깊이 들여다보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정했지요. 개인적으로는 20여년 동안 환경생태 분야 기자로서 취재활동 경험을 공유하자는 목적도 있습니다.”

강씨는 책방에서 작가나 제주의 역사문화생태 전문가 등을 초청해 소규모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019년 열고 지금껏 매년 20여차례 진행했다. 신당을 찾아가거나 책방이 있는 동네의 용천수를 찾는 현장체험 활동도 한다. 작년에는 책방이 자리한 마을 어르신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결과물을 이용해<디어마이호근동>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19일 오후 책방 인터뷰에서 &lt;세계자연유산 뭐길래, 볼수록 경이로운 제주&gt;와 &lt;메밀&gt; 출판 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인터뷰 제공
19일 오후 책방 인터뷰에서 <세계자연유산 뭐길래, 볼수록 경이로운 제주>와 <메밀> 출판 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인터뷰 제공

제주지역 동네책방은 200여곳 정도다. 도내 자연마을 200여곳마다 한곳씩 있는 셈이다. 어린이책이나 그림동화책만 취급하는 곳도 있고, 예술이나 문학분야에 특화된 곳도 있다. ‘제주책방올레’ 지도가 만들어졌고, 이 지도를 들고 책방 여행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문을 닫는 책방들도 많다. 그는 “책방을 생태환경과 제주도에 특화해 나가겠다”며 “오후 6시 책방 문을 닫으면, 그 이후에는 책을 읽거나 독서모임 등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여행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소수 책방을 제외하면 매장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제주에 다양한 개성을 지닌 책방들이 더 많이 생겨 제주의 독특함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서귀포 문화도시 추진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동네책방의 상생방안으로 공공기관이 소액 도서를 구매할 때 동네책방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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