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제주국제공항에서 나온 4·3 당시 학살 암매장된 희생자들의 유해. 허호준 기자
제주4·3 당시 제주비행장(제주국제공항)에서 학살돼 암매장된 희생자 유해 5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번 4·3 희생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학살 암매장된 지 74년 만이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서울대 법의학교실에 맡겨 진행한 4·3희생자 신원 확인 유전자 감식을 통해 지난 2007~2008년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굴된 4·3 희생자 유해 5구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학살 암매장된 지 74년 만이고 유해가 발굴된 지 15년 만이다.
이번 신원 확인은 지금까지 유전자 검사 방식인 친부모·자식 관계만 판별이 가능한 방법(STR)이나 방계 6촌까지 판별이 가능한 방법(SNP)으로도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던 유해에 대해 디엔에이(DNA)의 일정 구간을 증폭해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동원하고, 유가족 153명의 추가 채혈을 통해 이뤄졌다.
이번 밝혀진 희생자 5명은 군법회의 관련 희생자 3명과 행방불명자 2명으로 모두 20~30대이다. 군법회의 관련자로는 1948년 1명과 1949년 2명 등 3명이며, 행방불명 희생자는 1948, 1949년 각 1명이다. 이들의 신원은 제주 화북, 서귀포, 한림, 조천, 대정 등 제주도 전역에 걸쳐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제주국제공항이 4·3 당시 일상적인 학살 터였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제주국제공항 등에서 발굴한 411구의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138명이다. 나머지 발굴된 유해들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도 이어간다.
평화재단과 도는 이를 위해 제주한라병원과 서귀포시 열린병원을 4·3희생자 유가족 채혈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신원 확인 결과 보고회를 연다. 김승배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올해도 유해 발굴 및 발굴 유해 유전자 감식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 특히 올해는 도내 유전자 감식뿐 아니라 도외 행방불명인 신원 확인을 위한 유가족 채혈도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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