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으로 ‘간첩 조작사건’에 연루돼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했거나 수형 생활을 한 피해자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처음으로 이뤄진다.
제주도는 과거 간첩 조작사건에 연루된 제주 출신 피해자들의 조작 간첩이 된 경위, 재판 기록, 국가 배·보상 여부, 현재 생활 여건과 트라우마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도는 이를 위해 5천만원을 들여 간첩 조작사건 조사활동을 할 단체나 기관을 다음달 8일까지 공모해 선정한다. 단체가 선정되면 조사는 오는 3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도의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실태조사는 지난해 7월 제주도의회가 공포한 ‘제주도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등의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당시 조례를 발의한 강성민 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민 가운데 간첩 조작사건으로 현재까지 고통을 겪는 피해자 및 유족들의 명예회복과 지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인권신장과 민주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가 2006년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 간첩 조작사건 109건 가운데 37건(34%)이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온다. 또 제주 출신 피해자 39명 가운데 35명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4명은 재심 재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역 인구 비중에 비해 간첩 조작사건이 많은 이유는, 일제강점기와 4·3 등을 거치면서 일본으로 밀항해 간 제주 출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1960~198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도민들은 일본 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소속 지인을 만난 것만으로도 공안기관에 불법 구금되거나 고문을 받고 간첩으로 조작됐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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