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큰굿보존회 대표 서순실 심방이 지난달 13일 열린 서귀포시 대정읍 오개리 마을 4·3 희생자들을 위한 ‘대정읍오리 4·3해원상생굿’을 집전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에서 길게는 14일 동안 연속해서 치러지는 ‘제주 큰굿’이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제주도는 제주도 무형문화재인 ‘제주 큰굿’이 지난 10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데 이어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한 30일간의 지정 예고 절차를 끝내고 22일 국가 무형문화재로 최종 지정됐다고 밝혔다.
제주 큰굿은 제주도 굿의 모든 도구(무구)를 사용하고 모든 의례와 형식을 사용해 4~5명의 심방이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14일 동안 연속해서 진행하는 종합제의 형식을 띤 최대 규모의 큰굿으로, 지난 2001년 제주도 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제주 큰굿이 오랜 역사적 내력을 지니고 있고, 우리나라 굿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제주지역 음악, 춤, 구비서사시, 놀이 등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어 학술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또 제주 큰굿이 완벽한 제의적 형식미를 갖추고 있고, 신의 내력담을 읊는 열두본풀이로 전해지는 서사무가에는 제주도 사람들의 천지창조, 삶과 죽음 등에 대한 관념들이 투영돼 지역민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이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또 굿 사설은 옛 ‘제주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살아있는 제주어 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언어학적으로 중요한 문화자산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보유단체로는 사단법인 제주큰굿보존회(대표 서순실)가 인정됐다. 이 단체는 2011년 제주 큰굿의 원형 보존과 전승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도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서 대표를 중심으로 제주 큰굿 전승에 힘쓰고 있다.
이수자 전 중앙대 민속학과 겸임교수는 지난 1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 큰굿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제주 큰굿은 고대에 우리 민족이 창안한 열두거리 큰굿이 제주도가 섬이기에 남아있게 됐다. 우리 민족 문화의 뿌리이자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심방(무당)에 의해 전해지는 본풀이는 우리 민족 본연의 신화로서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