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이사장과 제주학연구센터 김순자 센터장이 펴낸 <제주어 기초어휘 활용 사전>.
유네스코가 ‘소멸위기 언어’로 공식 지정한 제주어 사전이 최근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에 나온 제주어 사전들은 책이나 문헌 속의 제주어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용어들을 살피는 데 중점을 뒀다.
강영봉 ㈔제주어연구소 이사장과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 센터장이 함께 펴낸 <제주어 기초어휘 활용 사전>(도서출판 한그루)은 ‘우리가 알아야 할 토박이 제주어’라는 부제가 설명해주듯이 제주어 소통에 필요한 기초어휘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용례를 다각적으로 풀어내 소개한다.
사전에서 제시한 기초어휘는 5개 분야 349개다. 가장 큰 특징은 저자들이 참여했던 지역어 조사, 제주어 구술채록, 민족 생활어 조사 등의 보고서에서 인용한 생생한 입말들이 ‘용례’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다리 또는 가닥을 뜻하는 제주어인 ‘가달’의 용례로 “소리허멍 가달 덜썩덜썩허곡 헤 가믄 신이 나”(노래하면서 다리 들썩들썩하고 해 가면 신이 나) “머리 다울 땐 세가달로 헨 영 영 허멍 다와”(머리 땋을 때는 세가닥으로 해서 이렇게 이렇게 해서 땋아)가 제시된 게 대표적이다. 1024쪽에 이르는 이 책에는 111장의 사진자료도 담겨 제주어 이해를 돕는다.
김학준 도서출판 제라헌 대표가 펴낸 <제줏말 작은사전>.
교사 출신인 김학준 도서출판 제라헌 대표가 펴낸 <제줏말 작은사전>은 “제줏말이 소멸 위기에 빠진 것은 연구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인 연구물이다. 김 대표는 “이 사전은 학술서적이 아닌 생활서적”이라며 “기존에 출판된 제주어 관련 사전들을 뼈대로 삼아 생활 속에 살아 있거나 사용할 만한 언어를 수록했다”고 말했다.
책은 ‘눈뻴렝이’, ‘바르조갱이’를 어린 전복이라고 소개했다. 또 ‘기이!’와 ‘무사?’의 차이에 대해 “‘그렇구나’라는 뜻의 ‘기이’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것이며, ‘왜’라는 뜻의 ‘무사’는 ‘나’를 전제하는 것으로 이 말이 튀어나오면 그 말을 듣는 순간 상대방은 방어적이 된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흩어져 있거나 묻히고 잊혀가고 있는 제줏말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쓸 만하다 싶은 것을 골라 한군데 모아놓고 일반인이 생활 속에서 말과 글로 사용하는 것을 돕자고 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2010년 12월 제주어를 4단계 ‘소멸위기 언어’로 공식 등록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소멸위기 언어는 1단계 ‘취약한 언어’부터 ‘분명히 위기에 처한 언어’,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5단계 ‘소멸한 언어’까지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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