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4·3희생자 1인당 9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배상’으로 용어를 정의하고 금액도 상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4·3유족회 고문 변호사인 문성윤 변호사는 지난 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갑)실 주최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 공청회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이날 “행정안전부가 4·3희생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 혼재돼 있어 5·18보상법과 민주화보상법 등 유사 입법례를 참고해 적법행위뿐 아니라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전보까지 포함 가능한 ‘보상금’으로 정의했다고 하지만, 배상과 보상은 엄연히 법률적 의미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공권력의 부당한 집행으로 국민에게 생명과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는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부마항쟁 보상법에서도 ‘이 법에 따른 보상은 배상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행안부의 새로운 보상금 정의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4·3 시기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배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또 “개정법률안 제16조1항을 보면, ‘국가는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사건 발생 시기와 근접한 통계자료를 기초로 산정한 희생자의 일실이익과 장기간의 보상 지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고려해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며 “이처럼 보상금 산정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조항으로 마치 국가가 희생자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 준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자를 고려할 경우 그 금액이 엄청날 수밖에 없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역시 매우 크기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5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특별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특히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4·3관련 수형인들에 대한 민사재판에서 재판부가 위자료를 1억3200만원으로 판시한 바 있고, 최근 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민사재판에서도 희생자 본인의 위자료를 1억원으로 결정한 점을 고려하면 개정법률안에서 희생자 1인당 9천만원의 보상금 액수는 너무 아쉽다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보상금을 국가가 희생자나 유족들에게 시혜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잘못으로 인한 당연한 최소한의 배상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입법자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희(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도 “국가의 책임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보상금’ 용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개정안이 보상금 결정에 따른 보상금 청구 시기를 3년으로 제한하면서도 보상금 신청 자체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하지 않았다. 가족관계 정정에 들 시간을 고려해 신청 기간을 3년으로 검토한다고 했는데, 가족관계 정정의 어려움, 절차의 복잡성 등을 고려해 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유족들은 대부분 9천만원의 보상금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오영훈 의원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하고 정부가 동의하면 상향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9천만원은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일 뿐이며 유족에 대한 보상의 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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