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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축항쟁 현장 관덕정서 120년 만에 열리는 ‘추모굿’

등록 2021-11-05 15:03수정 2021-11-05 15:26

가해자·피해자 모두를 위한 ‘화해와 상생’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에 있는 삼의사비.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에 있는 삼의사비.

제주 섬에서 중앙정부 봉세관(세금징수관)과 일부 천주교인들의 횡포에 맞서 일어났던 이른바 ‘신축항쟁’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굿이 사건 발생 120년 만에 펼쳐진다.

제주민예총(이사장 이종형)은 신축항쟁 120돌 기념사업회(공동대표 좌남수·송재호·김수열) 주관으로 7일 오전 10시 제주시 관덕정 마당에서 `장두 추모굿'을 한다. 관덕정은 당시 민군과 천주교민들 간에 충돌이 빚어져 유혈사태화 한 현장으로, 항쟁의 모든 희생자를 위한 위령제 성격을 띠고 있다.

장두 추모굿은 역사의 현장에서 ‘민란’을 이끌었던 이재수와 오대현, 강우백 등 세 명의 장두를 기리고, 가해자와 희생자의 구분을 넘어 모든 희생자를 위무하고 해원하는 화해와 상생을 위해 기획됐다.

제주민예총은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해 제주의 공동체 정신과 자존을 지켜왔던 정신을 잇고, 새로운 역사인식을 정립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추모굿은 오전 10시 제주큰굿보존회 서순실 심방이 집전한다. 오후 12시20분부터는 제주작가회와 무용수 김한결, 소리꾼 문석범의 퍼포먼스와 시낭송, 가수 최상돈의 추모공연이 열린다.

신축항쟁은 신축년인 1901년 프랑스 선교사들이 제주 섬에 들어온 뒤 일부 천주교도들의 횡포와 봉세관의 폭정에 맞서 일어났던 민란이다. 이 과정에서 천주교인 330여명과 도민 20여명 등 350여명이 희생됐다. 사건의 여파로 프랑스 함대가 제주에 파견되고 제주도민들은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민란을 지도했던 장두 이재수 등 3명은 서울로 압송돼 처형됐다. 역사적 시각에 따라 신축교안, 신축민란 또는 장두 이재수의 이름을 따 이재수란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신축항쟁 60주년이었던 1961년에는 대정읍 인성, 안성, 보성리 주민들이 힘을 모아 ‘삼의사비’를 세웠으며, 100주년을 맞은 2001년에는 천주교와 제주사회의 상징적인 화해 선언이 이뤄지기도 했다.

애초 장두추모굿은 장두들에 대한 교수형 집행일인 10월 9일 집전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을 옮겼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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