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관광지인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해안이 갯녹음 현상으로 하얗게 변하고 있다.
제주도내 모든 해안지역이 바닷속이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 현상이 심각한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이 지난 9~10월 제주도 본섬의 해안선을 따라 도내 모든 지역 97개 해안마을의 조간대(간조 때 수면 위로 노출되고 만조 때 수면 아래에 잠기는 연안 지역) 200곳을 직접 조사한 결과 198곳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하얗게 암반을 뒤덮는 갯녹음 현상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나머지 2곳은 모래 해변이어서 사실상 도내 모든 해안지역에서 갯녹음 현상이 발생했다. 97개 해안마을 가운데 18개 마을의 조간대에서만 해조류가 관찰됐다.
제주도내 연안 조간대에 대한 전면적인 갯녹음 현상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갯녹음 조사는 물때와 안전 등을 고려해 조하대(조간대의 아랫부분으로 항상 물에 잠겨있는 지역) 중심의 연구에 집중됐다. 녹색연합은 “조간대 암반을 뒤덮은 석회조류는 대부분의 조사지역에서 하얗게 죽은 상태였다. 갯녹음 현상이 조간대 암반지대로까지 퍼진 것은 갯녹음의 심각 단계 징후이다”고 말했다.
또 서귀포시 대정읍 양식장 배출수 주변과 서귀포항 동방파제, 외돌개 앞 등에 대한 수중 조사 결과 수심 5m 이내의 동방파제 지역은 이미 극심한 갯녹음 현상이 퍼져 아무것도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 있었다고 녹색연합은 밝혔다. 외돌개 수심 15m 지점에서도 감태 등 대형 갈조류는 거의 사라져 갯녹음 현상이 깊게 퍼진 사실을 확인했고, 대정읍 광어양식장 배출수 인근에서도 갯녹음 현상을 확인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형제섬이 보이는 해안지역에 갯녹음 현상이 퍼지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 권역은 안덕면 사계리를 제외하고 조간대 해조류는 완전히 사라졌고, 제주시 권역의 조간대 해조류 발견지역도 해조류가 자라는 지역이 30% 이하의 갯녹음 ‘심각’지역으로 분석됐다.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제주 바다 비상 상황 선포 및 인력과 예산 배정 △제주연안 조간대 및 조하대 전체의 갯녹음 상황과 마을별 피해, 수온 상승과 해양 오염 등 갯녹음 발생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 △육상부 오염물질 배출시설과 산업에 대한 규제 및 관리 강화, 경관 자원 관리에 실효성 있는 ‘제주 바다 살리기 계획’ 수립 △민관합동 협의체 구성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녹색연합은 “현재 제주도 연안의 상태는 갯녹음 말기의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해안 경관 훼손은 물론 연안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있다”며 “제주도는 제주 바다의 비상 상황을 인식하고 정밀 조사를 통해 육상 오염원 통제와 기후변화 대응 및 섬의 환경 수용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관리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 녹색연합 제공
성산 일출봉이 바라다보이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안지역에 갯녹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