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야간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성산일출봉 해안 암벽을 빔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허호준 기자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성산일출봉의 절벽을 이용한 ‘대형 빔 스크린’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문화재청이 성산일출봉 보호를 위해 허가하지 않았는데도 제주도는 재추진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성산일출봉 생성과정 등을 주제로 영상미디어를 상영해 야간관광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성산일출봉 수마포구 쪽 암벽면을 스크린 삼아 축구장 크기(가로 120m, 세로 80m)의 영상을 비춰 야간 볼거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도는 애초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사업비 42억여원을 들여 이 사업을 위해 성산일출봉 매표소 인근에 빔프로젝터 등 기기를 설치할 컨테이너(길이 6m, 너비 3m, 높이 5m)를 만들고 콘크리트 기초 터파기, 전선 땅속 매립 공사와 영상 프로젝터 9대, 스피커 4대 등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2019년 10월 제주도지사와 지역주민과의 대화에서 주민들이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도는 지난해 6월 성산일출봉 영상미디어 시스템 구축 기본설계 및 타당성 용역을 발주한 뒤, 올해 1월 용역을 끝내고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난 6월 세계자연유산 보존 및 경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현상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다. 성산일출봉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323-7호인 매 서식지이다.
도는 야간관광 활성화하려는 주민들의 의지가 높아 제주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 맡겨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 조류전문가는 “천연기념물 매를 비롯해 여름 철새인 칼새, 바다직박구리 등이 해안절벽 틈새에서 잠을 자고 번식한다. 강력한 빛에 노출되면 서식지가 방해를 받아 당연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런 방식으로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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