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추모식에 참가한 한 유족이 희생자 이름이 새겨져 있는 각명비 앞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정부가 제주4·3 희생자 배·보상과 관련해 차등 지급을 철회하는 대신 1인당 8960만원 보상금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울산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들에게 지급된 보상금보다 적고, 4·3 수형 생존자들이 받은 형사보상금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행정안전부는 6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4·3유족회를 상대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어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행안부 관계자와 용역을 맡은 한국법제연구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용역진이 참석해 배·보상 기준과 지급 방식을 설명했다. 용역진은 배·보상 금액을 달리하는 차등 지급 방안 대신 균등 지급 방식을 제안했다. 용역진은 1954년 기준 통상임금의 화폐 가치를 현시점 가치로 재산정하고, 기간에 따른 지연이자 등을 포함해 1인당 8960만원을 제시했다.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에 있는 4·3 희생자 위패. 허호준 기자
행안부는 지난 2월 개정된 제주4·3특별법상 보상금 지급 대상은 ‘희생자’이지 ‘유족’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유족은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임종 제주4·3유족회장은 “차등이 아닌 균등 지급 방안을 제시한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배·보상 금액의 산정 기준은 모호하다”며 “용역 결과를 토대로 회의를 진행해 행안부에 유족회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사 관련 소송을 보면 2007년 울산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고, 이는 제주도 예비검속 희생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또 4·3 당시 수형 생존자 18명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2019년 8월 구금 기간에 따라 8000만~14억7000만원씩 모두 53억4000만원의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행안부는 설명회에서 수렴된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1차연도 4·3 배·보상금 명목으로 1810억원을 포함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4·3위원회가 7일 현재 결정한 4·3 희생자는 1만4533명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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