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다른 시·도 거주자의 제주 농지 취득 심사를 의무화하고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이는 행위를 걸러내기 위해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민이 참여해 농지 취득 자격을 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제주도는 농지법 개정에 따라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비롯해 12개 읍·면사무소 등에 농지위원회를 설치해 내년 8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고 29일 밝혔다.
농지위원회는 지역별로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과 농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농지위원회의 심사 대상은 타 시·도 거주자를 비롯해 도내 투기 우려 지역이나 관외 거주자, 농업법인 등으로, 농지를 취득하려면 반드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농지위원회는 심사 대상자들이 농업경영계획서를 내면 실제 경작 여부와 투기성 여부 등을 심사한 뒤 농지 취득 자격증명 발급을 판단하게 된다.
이와 함께 농업경영계획서 심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5월부터 신청자의 직업과 영농 경력, 영농 거리 기재와 증명서류 제출도 의무화한다.
홍충효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농지위원회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가짜로 서류를 꾸며 농지를 매입한 뒤 다른 지역 거주자에게 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이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재판장 심병직)은 지난 27일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58)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ㄴ(65)씨와 ㄷ(70)씨에게도 각각 징역 8개월과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8년 5월 서귀포시 안덕면 지역에 더덕 농사를 짓겠다며 허위 내용이 담긴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서와 농업경영계획서를 행정기관에 제출해 발급받는 등 2019년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11필지에 대해 같은 수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28명에게 이를 되팔았다. 이들은 또 타 시·도 매수자들에게 주소를 제주로 거짓 신고하도록 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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