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제주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변호사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살인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제주지방검찰청 형사1부(경제·강력범죄 전담부)는 지난 1999년 제주시에서 발생한 이아무개(당시 45)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김아무개(55)씨를 살인죄 등을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경찰이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범행에서 피의자의 역할과 공범과의 관계, 범행방법, 범행도구 등에 비춰 살인죄의 공모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말을 들어보면, 김씨는 지난 1999년 8~9월 아무개의 지시를 받아 2014년 8월 숨진 ㄱ씨와 구체적인 범행방법을 상의한 뒤 이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으며, ㄱ씨는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15~6시20분께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도로에 세워진 이 변호사의 승용차에서 흉기로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 가운데 하나이자 검사 출신 변호사 피살사건으로 당시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김씨가 지난해 6월 방영된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살인을 교사했다고 자백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김씨는 방송에서 당시 두목이 다리를 찔러 겁을 주라고 했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 직접 행동에 나선 ㄱ씨가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4월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 요청을 했다. 김씨는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 신분으로 머물다 지난 6월 현지 당국에서 적발돼 제주로 송환됐으며 지난달 21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김씨가 구속된 직후 강력 전담 2개 검사실을 투입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김씨와 공범 ㄱ씨, 주변 인물 등 다수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다. 주변 인물 등 다수의 참고인을 대상으로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숨진 이 변호사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한 뒤 1992년 고향인 제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활동하다가 변을 당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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