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 속의 섬’ 가파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가 지난해 10월 이후 멈춰있다.
지난달 29일 제주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가파도로 가는 여객선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가파도 항구 들머리에서는 2층 규모의 카페와 식당,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을 일주하거나 코스모스가 피어난 돌담 사이로 걷는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제 강점기 제주도 민족교육의 산실인 신유의숙이 있었던 가파초등학교를 지나 주택가 옆으로 들어서자 푸른 하늘과 푸른 들판을 무대로 높이 30m의 풍력발전기 2기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서 본 풍력발전기는 멈춰 있었다. 블레이드(날개)와 너셀(기계장치)은 녹슬어 있었다. 이들 풍력발전기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의 태풍 영향 탓에 훼손돼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부품 수급이 어렵고 노후화돼 곧 폐기될 예정이다.
이 풍력발전기는 ‘탄소 없는 섬’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가파도 주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하려고 지난 2012년 9월 한국남부발전㈜이 24억원을 들여 설치한 인도산 풍력발전기다. 1기당 250㎾급이다.
관광객들이 코스모스가 피어난 가파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완공될 당시 가파도 최대 전력량인 224㎾를 모두 풍력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생산된 전력을 가정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력변환장치 설계용량 등의 문제로 장기간 가동을 멈췄다.
현재 인구 220여명 가량인 가파도의 신재생에너지 자급률은 2017년께 45% 선까지 올라갔으나 현재는 10%대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가파도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디젤 발전기(150㎾) 3기에 의존하고 있다. 제주도가 2011~2016년 추진한 풍력발전기 및 태양광 설치 등 ‘탄소 없는 섬’ 구축사업이 흐지부지된 셈이다.
관광객들이 가파도 소망 전망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제주도가 사실상 실패로 끝난 ‘탄소 없는 섬’ 구축사업을 다시 추진한다. 도는 가파도가 소형도서 재생에너지 전환사업 공모 사업지로 최종 선정돼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2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고 한국전력공사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도서지역 디젤발전시설을 재생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추진 중이다.
도는 이번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2011년부터 계획한 가파도를 ‘탄소 없는 섬’ 구축사업이 제 궤도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파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이 추진된다.
가파도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은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정부 출연금 65억원을 들여 소규모 풍력발전기, 태양광 발전시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설비를 갖추는 사업이다. 사업예산과 재생에너지 사업규모는 올해 하반기 한국전력공사가 시행할 설계용역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된다.
도는 이번 사업에 따라 발전 설비가 들어설 터 제공과 인허가 등 행정지원을 하게 된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구성 및 예산 확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구매와 설치, 시운전을 담당한다.
도 관계자는 “이번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섬 전체 전력사용량의 60%까지 가능할 것이다. 가파도의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을 통해 제주도가 추진하는 분산에너지모델 축소판을 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