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오전에 집을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지난 5일 오후 3시41분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 사는 ㄱ씨가 112에 다급하게 실종 신고 전화를 했다. ㄱ씨로부터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시아버지 ㄴ(84)씨의 소재를 찾기 위해 주거지 인근 방범용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ㄴ씨가 오전 11시20분께 버스를 타고 제주시 방면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어 경찰은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에 협조를 요청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 기사를 찾아 오전 11시38분께 제주시 구좌읍 세화 환승정류장에서 내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ㄴ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자 경찰은 이날 오후 7시40분께 “성산에서 실종된 ㄴ씨를 찾습니다”라며 키와 인상착의 등이 담긴 ‘실종경보’ 문자를 내보냈다.
이를 본 한 시민이 이날 저녁 8시30분께 제주시 연동 러브랜드 앞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다 걸어가고 있던 ㄴ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시민은 야간에 차가 많이 다니는 좁은 도로에 노인이 혼자 걸어가고 있어 인상착의를 확인한 결과 실종경보 문자 내용과 같은 사람이라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시민은 이어 ㄴ씨를 자신의 차에 타도록 한 뒤 경찰에 인계해 밤 9시50분께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지난 6월 도입된 ‘실종경보 문자’ 송출제도가 실종자를 찾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개정된 실종아동법에 따라 시행하는 이 제도는 18살 미만 아동이나 정신장애인 및 치매환자 등 실종자가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재난문자 형식으로 내보내 제보를 받기 위해 도입됐다.
앞서 4일 오전 7시40분께에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후문 원룸촌에서 집에서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은 주변 폐회로텔레비전 등을 확인했으나 소재 파악이 안 되고 폭염에 ㄷ(74)씨의 나이를 고려해 신고 접수 하루 뒤인 5일 오후 2시30분께 ㄷ씨의 이름과 나이, 키, 인상착의 등이 담긴 실종경보 문자를 내보냈다. 그 뒤 25분 만인 2시55분께 ㄷ씨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근무가 아니었던 제주동부경찰서 소속 박소정(27) 순경이 필요한 문건을 사러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에 갔다가 한 매장 앞에 앉아있던 ㄷ씨를 발견해 곧바로 경찰에 연락한 것이다.
경찰은 “실종경보 문자 덕에 실종 신고된 2명이 잇따라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실종 문자를 받게 되면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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