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제주4·3특별법과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를 부정하는 등 4·3역사를 헐뜯어온 인사를 총리실 산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해 4·3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제주4·3유족회 등의 말을 들어보면, 국민의힘은 최근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에 따라 이뤄지는 야당 추천 몫 4·3중앙위원에 ‘제주4·3진실규명 도민연대’라는 단체의 사무총장 이승학씨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의 문수정 변호사를 추천했다.
지난 2월 개정된 제주4·3특별법에는 4·3중앙위원에 여야 2명씩 4명을 국회가 추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들을 포함해 9명 이내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진상조사 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씨는 4·3유족들과 관련 단체, 도민들이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동안 개정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이씨는 또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를 ‘좌편향적이고 권력에 의해 탄생한 관제보고서’라고 주장해왔다. 문 변호사가 참여하는 한변은 2015년 3월 제주4·3기념관 전시 금지 소송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제주4·3유족회 등은 진의 파악에 나서는 한편, 국민의힘 중앙당을 방문해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유족회 관계자는 “지난 16일 이들 인사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4·3을 부정하는 인사들이 추천된 데 대해 당혹스럽다”며 “19일 중앙당 쪽에 원내대표 면담 요청을 했지만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21일에는 집행부가 중앙당을 방문해 경위를 알아보고,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3관련 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4·3 부정’ 인사의 중앙위원 추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문 변호사가 참여한 한변은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를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4·3특별법 개정을 부정해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4·3연구소는 ”이준석 당 대표가 최대한 협조해 제주도민의 아픔을 풀어드리겠다고 했는데도, 4·3을 부정하는 인사를 추천한 것은 당 대표의 의지와 다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 재경제주4·3희생자 및 피해자 유족회, 재경 4·3희생자유족청년회 등도 성명을 통해 “제주4·3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한 이준석 대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극우성향의 인사 추천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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