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추진하는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하나로 지난달 진행된 ‘지구별 약수터, 플라스틱 없는 한달 살기’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배달음식과 택배가 일상화되고, ‘먹는 물’을 사서 마시는 게 일상화된 시대에 플라스틱 없이 사는 게 가능할까?
지난 17일 제주시 삼도2동 한 카페에서는 ‘지구별 약수터, 플라스틱 없이 한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는 제주시가 지원하는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전국 50명의 의무 챌린저(참가자)들은 생수병을 사용하지 않는 ‘지구별 곰탱이’(1단계)부터 생수병과 빨대, 일회용 컵, 비닐봉지, 배달음식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지구별 집사’(5단계)까지 각자 목표를 정하고 도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도전 과정을 ‘지구별 약수터’ 에스엔에스(SNS)에 올려 공유했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의 달’인 지난 6월 한달 동안 진행됐다.
경남 창원시에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한다는 임성화씨는 자신을 제주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제주 바다가 10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 더러워졌다. 지난해 제주여행 때는 바닷가에서 정화 활동에 참여했다” “어른들이 (습관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아이들이 바꾸면 조금 더 (플라스틱 없는 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경험담을 풀어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었다.
“나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결심으로 실천했다”는 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플라스틱 없는 환경 교육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갖고 오면 100~1000원을 할인해주도록 동료들과 학교 주변 떡볶이가게 등을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20곳 중 13곳이 이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도 풀어냈다.
지난달 진행한 ‘플라스틱 없이 한달 살기’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나 경험을 공유했다. 허호준 기자
양지혜(생활문화 관련 연구자)씨는 “주변에 일부러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알렸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생수 대신 물을 끓여 마시게 됐다는 양씨는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콩나물을 사면서 실패하기도 했고, 반찬가게에 5~6차례 장바구니를 가지고 가자 가게주인이 1000원을 할인해줘서 기분이 좋았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손유경씨는 “동료들과 카페를 갔다가 텀블러를 내밀었는데 한 동료가 ‘텀블러를 내민 게 멋있었다’는 문자가 와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마감 이틀을 남겨놓고 참석한 회의 장소에서 생수병을 받았다. 플라스틱 없이 살기가 일상화되지 않아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환경단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JAGA) 이경아 대표는 “과제 성공자는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플라스틱 사용과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친환경 생활이 문화가 돼 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기간 가장 많이 줄인 플라스틱 쓰레기는 일회용 컵(34.9%)과 생수병(23.8%)이었고, 그다음으로는 빨대(15.9%), 비닐봉지(14.3%) 등 차례로 나타났다. 사용을 줄이기 어려웠던 품목은 일회용 음식 포장용기(41.3%)와 비닐봉지(39.7%)가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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