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에 세워진 삼의사비. 허호준 기자
120년 전인 1901년 서울에서 파견된 관리의 학정과 일부 천주교인들의 횡포에 맞서 제주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일어났던 이른바 ‘신축민란’(신축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마련된다.
제주민예총(이사장 이종형)은 3일 찾아가는 현장예술제의 마지막 행사로 ‘대정고을 예술제-이실 재 지킬 수’를 주제로 신축항쟁 순례길을 답사하고 마당극 등을 연다고 3일 밝혔다. 신축민란은 민란을 이끌었던 장두 이재수의 이름을 따 ‘이재수 난’으로도 알려져 있다.
제주민예총은 올해 ‘4·3항쟁 73주년’을 맞아 ‘4·3예술축전-4월의 봄, 다시 역사 앞에 서다’ 행사를 찾아가는 현장예술제의 이름으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해왔다.
신축년인 1901년 5월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에서 시작한 신축민란은 4·3으로 이어졌다. 제주민예총은 올해 신축항쟁 120주년을 맞아 이번 행사를 신축항쟁에서부터 4·3까지 이어진 제주사람들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 신축항쟁 순례길 답사와 예술제로 꾸몄다.
신축항쟁 순례길은 제주시 관덕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관덕정은 1901년 5월 민중들이 제주 성문을 열어젖히면서 민군이 성안으로 진입해 제주성을 장악한 상징적인 장소이자, 4·3의 도화선이 됐던 1947년 3·1절 발포사건이 일어난 역사의 현장이다. 이어 민군이 진을 쳤던 제주시 한림읍 명월진성과 장두 이재수가 출정에 앞서 제사를 지낸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 신평본향당, 이재수의 어머니 송씨 묘, 이재수 생가터를 거쳐 3명의 장두(이재수, 오대현, 강우백)를 기리는 대정읍 안성리 삼의사비까지 여정이 이어진다. 순례길 답사 이후에는 마로의 신축항쟁의 의미를 알리는 출정 퍼포먼스와 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이실 재 지킬 수’가 펼쳐진다.
앞서 제주민예총은 4·3 당시 산사람들의 길을 따라 걷는 순례길 답사를 겸한 ‘산란이(궤펜이)예술제’와 ‘산전예술제’를 열어 4·3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종형 이사장은 “코로나19 시대에도 찾아가는 현장예술제를 통해 외세의 탄압에 저항하고 제주섬 공동체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일어섰던 제주민중들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예술축전의 마지막 행사이다. 신축항쟁 순례길을 걸으면서 120년 전 제주민중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일어섰던 이유를 되새겨보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사전 신청자에 한해 순례길과 예술제 참여가 이뤄지며 모든 행사는 영상으로 제작해 제주민예총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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