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이시돌목장에 있는 테시폰식 건물이 1일 국가등록문화재 제812호로 최종 등록 고시됐다. 허호준 기자
제주4·3과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제주 중산간지역 목장 개척사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제주 이시돌목장 안 테시폰식 주택이 국가등록문화재로 고시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1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제주 이시돌목장 테시폰식 주택’ 2동이 국가등록문화재 제812호로 최종 등록 고시됐다고 밝혔다.
이번 고시된 테시폰식 주택은 이시돌목장을 개척한 고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도입한 것으로, 제주지역 현대 목장 개척의 상징성을 지닌 건축물이다.
고 맥그린치 신부는 1954년 4월 선교사로 제주도에 들어와 당시 척박하기만 했던 한림읍 금악리의 황무지를 목초지로 개간하면서 고향 아일랜드에서 테시폰식 건물을 짓는 기술을 익혀와 1960년대 초 이시돌목장 주변에 숙소와 창고, 돈사 등의 용도로 지어 사용됐다.
테시폰은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가까운 곳에 있는 테시폰이라는 곳에서 이 건축물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해 테시폰으로 불린다.
1960년대 초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이시돌목장에 짓고 있는 테시폰 주택. 제주도 제공
테시폰은 물결모양의 아치(arch)가 연속된 형태의 건축 공법으로 아치형틀 비계(가설물) 위에 가마니 등의 거푸집을 펼쳐 깐 다음 기둥과 철근 없이 시멘트 모르타르만을 덧발라 만든 건축물이다.
테시폰식 건물은 한림읍 금악리뿐만 아니라 조천읍 선흘리, 월평 등 중산간지역 이른바 개척농가에 분양하기 위해 보급됐다. 또 1960년대 당시 대한주택공사가 국가 재건과 주택난 해소를 위해 이 건축 공법을 수용해 보급해 국내 주택사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유산본부 쪽은 이 건축기법이 당시 시멘트나 철근 등의 건축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간단한 기술과 재료를 갖고 건축할 수 있었던 시공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이시돌목장 내 테시폰식 주택이 지닌 역사성와 1960년대 주택사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소중한 근대건축유산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건축물의 역사성과 원형을 지켜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시돌목장 내 이 건물은 이국적 모양과 목장과 어우러져 최근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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