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의 귀소율을 연구하기 위해 제비 다리에 부착한 가락지. 제주도 교육청 제공
‘그 많던 제비들은 어디로 갔을까.’
수년 전만 해도 제주 시내에서 여름철 길가나 밤새 주차해 둔 차 위로 제비들이 남긴 배설물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비를 보기가 쉽지 않다. 제주시 중앙성당이나 칠성로 주변 등에서 집단으로 보이던 제비들의 서식지가 한라산 쪽으로 점차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생태환경에 관한 관심을 유도하고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생물지표종인 제비의 귀소율 연구에 들어갔다”고 30일 밝혔다. 도 교육청은 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비생태탐구 프로젝트’의 하나로 도내 제비생태탐구 동아리 학생들과 생태환경교육 교사연구회가 참여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야생동물실태조사를 보면 제주지역 제비 서식밀도(1㎢)당 2018년 81.4마리에서 2019년과 지난해에는 이의 절반인 40마리대로 크게 줄었다. 양효선 도 교육청 장학사는 “아파트 등 주거환경의 변화와 지난해의 경우 폭염과 긴 장마, 기후변화 등에 따른 먹이 공급의 곤란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도 교육청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로부터 야생동물 포획 및 채취 허가를 받아 지난 24일 제주시 화북동에서, 25일에는 서귀포시 효돈동 일대에서 제비 12마리를 잡아 날개 길이와 꽁지깃 길이, 무게 등을 기록한 뒤 발목에 가락지를 채웠다. 부착된 가락지에는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다.
앞서 제주도내 5개 초·중학교 제비생태탐구 동아리 학생 40여명은 지도교사들과 지난 5월부터 학교 주변의 제비 둥지를 위치와 개체 수, 알의 개수 등을 파악했다.
한반도에서 번식한 제비는 월동을 위해 8~9월에 제주도에서 중간 기착하고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장학사는 “제비는 환경 조건이나 오염 정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생물지표종이자 귀소성이 강한 조류여서 왔던 둥지를 찾아오는 습성이 있다”며 “내년에는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추적지를 부착해 날려 보내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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