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문관광단지 부영호텔 조감도. 제주도 제공
경관 사유화 논란이 빚어진 천연기념물(제443호)로 지정된 제주 서귀포시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의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지역 건축행위 허용기준이 크게 강화된다.
제주도는 23일 천연기념물의 체계적 경관 보호와 왜소화를 막기 위해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조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도의 이번 조치는 경관의 사유화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부영호텔의 건축행위를 제한하고, 지난해 11월 원희룡 지사가 주상절리대 일대를 무분별한 개발행위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제주도가 내놓은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부영은 주상절리대를 끼고 중문관광단지 2단계 지역 일대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제주도가 행정 예고한 조정안을 보면, 허용기준 내에서의 건설공사는 서귀포시 문화재 담당 부서와 협의를 거쳐 처리하고,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건설공사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얻은 뒤 건축행위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이번 조정안의 핵심은 중문·대포 주상절리대의 허용기준 적용 구역에 현재 없는 ‘3구역’을 설정해 허용기준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허용기준은 4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1구역은 ‘평지붕’이나 ‘경사지붕’(경사비율 10:3 이상)의 경우 개별심의로 처리하고, 2구역은 평지붕은 높이 11m 이하, 경사지붕은 15m 이하, 4구역은 제주도 도시계획 조례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3구역의 경우에는 20m 이상의 건축물 및 시설물, 바닥면적 660㎡ 이상의 공장시설은 개별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또 3구역의 허용기준을 평지붕은 높이 14m 이하, 경사지붕은 18m 이하(건축물 높이 3~3층 규모)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부영호텔 등이 포함된 지역이 기존 4구역에서 3구역으로 변경되고, 허용기준도 대폭 강화되게 됐다.
도 관계자는 “주상절리대를 보호하고 경관 사유화를 막기 위해 3구역을 설정해 허용기준을 강화했다. 도민 의견을 수렴해 허용기준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애초 부영주택은 주상절리대에서 100~150m 정도 떨어진 인근 29만3897㎡에 객실 1380실 규모의 호텔 4개 동을 짓겠다며 2016년 2월 제주도에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환경보전방안 변경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12월 반려됐다. 이에 사업자 쪽은 제주도를 상대로 건축허가 반려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0월 제주도가 최종 승소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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