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이 광주 동구 지산1동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사업 예정 터(붉은 선)와 공무원 투기 의혹이 있는 건물(초록색 원).
지방자치단체 건축 관련 업무를 맡은 광주 동구청 현직 공무원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다가구주택 세대 쪼개기를 눈감아주는 대신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주택조합은 이 공무원뿐 아니라 지역 유력 정치인, 경찰 간부 등을 상대로도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임원 ㄱ씨는 학동4구역과 인접한 지산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예정 터에서 다세대주택을 사들여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을 보면 학동4구역 조합장의 가족과 친인척, 가족회사 등은 지산동에 있는 다세대주택(원룸) 12가구를 2019년 6월7일 일괄 매입했다. 동구청 현직 건축허가계장 오아무개씨도 같은 날 이 원룸의 101호를 6250만원에 매입했다.
이 원룸은 애초 재개발 과정에서 분양권이 하나만 주어지는 다가구주택으로 분류됐지만, 매입 2주 전인 5월20일 세대별로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다세대주택으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정비계획안이 동구청에 제출된 뒤 원룸이 다세대주택으로 변경됐고 공무원 오 건축허가계장과 학동4구역조합 임원들이 같은 날 동시에 원룸을 매입했다는 점에서 ‘가구 쪼개기’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합은 쪼개기로 얻을 수 있는 분양권을 늘려 이득을 취할 수 있고, 이를 허가해준 공무원은 자신도 쪼개기에 동참해 이득을 챙기려 했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원룸의 건축물 대장.
학동4구역 한 조합원은 “과거 일부 조합 임원들이 학동4구역에서 가구를 쪼갤 수 없는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변경해 ‘가구 쪼개기’를 시도했지만 무산됐었다. 이번에는 현직 건축허가계장과 짜고 지산1구역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산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은 지산1동 일대 3만1065.25㎡ 터에 지하 2층~지상 25층 8개 동 473가구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2019년 4월22일 동구청에 정비계획안을 신청해 올해 1월4일 승인이 났다. 조합은 지난달 27일 설립 인가를 받았다. <한겨레>는 지산동 원룸을 구입한 학동4구역 임원과 공무원 오 계장에게 해명을 들으려고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조합은 학동 3·4구역 재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얻으려고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현직 총경급 경찰 간부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학동4구역 도시정비 업무를 맡았던 미래파워 성아무개 호남지사장이 당시 동구청 건축직 공무원의 친동생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유착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 해당 공무원은 “당시 재개발사업 인허가와 무관한 부서에 있었고, 조합으로부터 특혜성 아파트 분양권을 받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조합 임원과 공무원의 연루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한 임원이 지산1동 재개발 예정 터에 사들인 원룸 건축물 대장. 동구청 공무원과 같은 날 사들여 유착 의혹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