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거 건물 붕괴 참사로 숨진 피해자의 발인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황망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가족의 영정 사진을 보던 유족들은 오열했다.
13일 오전 광주시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붕괴 사고로 숨진 ㄱ(75)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고인은 지난 9일 무등산에 가려고 54번 시내버스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유족들은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애통해했다.
ㄴ(72·여)씨의 발인식도 이날 광주 북구 우산동 구호전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검정 상복을 입은 ㄴ씨의 손주가 슬픈 표정으로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품었다. 유족들은 눈을 감고 힘없이 고개를 떨군 채 통곡했다. ㄴ씨는 사고 당일 동구 계림동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를 마치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집까지는 고작 한 정거장을 남겨둔 상태였다. ㄴ씨의 유족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 등이 버스를 덮쳤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불안한 마음에 ㄴ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이어질 뿐 끝내 ㄴ씨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13일 오전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피해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위해 찾아온 시민이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전 동구 학동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또다른 희생자 ㄷ(75)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ㄷ씨는 무등산 증심사로 산책하러 가려고 친구 2명과 함께 시내버스를 탔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13일까지 희생자 9명 가운데 7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나머지 2명의 발인식은 14일 열린다.
시민들도 합동분향소를 찾아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광주 동구 서석동 동구청 앞에 마련된 광주 철거 건물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지난 9일 이후 2807명의 시민(13일 오후 5시 기준)이 찾아와 피해자들의 넋을 달랬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사고의 원인 등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에서는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내린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