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흡 작가의 원작 `광주의 입-투사회보를 만들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위탁 기관인 아시아문화원이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전을 준비하면서 작가의 동의없이 작품을 훼손한 홍보물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사전 검열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위탁을 받아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아시아문화원은 28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 특별전시로 ‘역사의 피뢰침, 윤상원’이라는 주제로 하성흡 작가의 작품전을 연다. 작품전에는 하 작가가 12가지 소주제에 따라 수묵으로 그린 윤상원의 일대기를 담은 그림 12점과 소품 100여점이 전시된다.
그런데 아시아문화원은 전시를 앞두고 하 작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쓴 홍보물을 만들면서 원작을 무단훼손했다. ‘광주의 입-투사회보를 만들다’라는 제목의 원작에는 윤상원 시민군 대변인이 올라탄 차 앞면 흰 펼침막에 ‘전두환을 찢’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1980년 5·18항쟁 당시 시민들은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홍보물에는 이 문구가 없다.
하 작가는 “지금이 유신시대·전두환 정권의 검열시대냐? 광주정신을 문화로 승화시키겠다고 만든 아시아문화원에서 할 일이냐?”며 반발했다.
아시아문화원 쪽은 “담당 직원의 단순한 실수였다. 인사조처를 하겠다”며 하 작가에게 사과했다. 아시아문화원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아시아문화전당 쪽도 “작가의 의도를 확인한 뒤 바로 수정해 원상 복구해 전시회 홍보물을 누리집에 올렸다”고 해명했다. 전시회를 거부하려 했던 하 작가는 일단 아시아문화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아시아문화원이 하성흡 작가 작품전시회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홍보물엔 `전두환 찢'이라는 펼침막 글씨가 사라졌다.
시민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검열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정상화 시민연대 이날 성명을 내어 “하성흡 작가 작품 훼손은 예술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 침해한 반문화적인 행태·사전 검열 행위로 명백하게 오월 정신을 부정하는 폭거”라며 “아시아문화원은 직원의 단순 실수로 호도하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5년 11월 문을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전당(행정기관)과 콘텐츠를 생산하는 아시아문화원으로 분리·운영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정상화 시민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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