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철새도래지 주변의 조류인플루엔자 차단 방역. 전남도 제공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주변 농가의 닭·오리 등을 무조건 매몰하지 말고 백신을 투여해 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전남도의회에서 나왔다.
전남도의회 이보라미 의원(정의당)은 30일 도정질문을 통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됐을 때 발생농가로부터 반경 3㎞ 안의 닭·오리는 음성 판정을 받아도 무조건 매몰하기 때문에 감염해 죽은 숫자보다 살처분으로 희생되는 숫자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런 살처분 정책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로서 국민에게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심어주고, 사후 처리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비윤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대응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어 “살처분에는 마리당 1만원, 백신 투여에는 마리당 200원이 들기 때문에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며 “백신을 투여하고 축사에 난방을 하는 등 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남도는 “백신은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비축만 해두고 접종은 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소영호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해 제때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고 백신 접종에 따른 변이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가 백신을 접종하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고, 접종할 경우 국산 가금류와 관련 제품의 수출이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도 동물방역팀 오현철씨도 “백신은 동물 전염병 예방을 위해 2일령에 1차, 14일령에 2차로 투여한다. 소비자의 거부감이 해소되지 않았고, 오리의 경우는 마땅한 백신이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매몰된 닭·오리는 올해 2993만 마리를 비롯해 2017년 580만 마리, 2016년 3807만 마리, 2014년 2477만 마리, 2010년 674만 마리, 2008년 2020만 마리, 2006년 280만 마리, 2003년 528만 마리 등 모두 1억3359만 마리이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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