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호남

구례 툰베리들, 군수 설득해 탈탄소 보행도시로 ‘첫걸음’

등록 2021-04-21 20:58수정 2021-04-22 09:46

구례중앙초등학교 4학년 38명, 지난해 11월 우리마을 안전지도 그려 경종 울려
김순호 구례군수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며 정책 전환
구례중앙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학교 인근 봉성로의 보행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작은 발걸음’ 제공
구례중앙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학교 인근 봉성로의 보행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작은 발걸음’ 제공

전남 구례의 10살 초등학생들이 군수의 마음을 움직였다. 구례는 초등학생들의 제안에 따라 ‘탈탄소 보행중심도시’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구례군은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구례읍내 중심도로인 구례고~경찰서 560m 구간에서 차 없는 거리를 처음으로 운영한다. 이날은 초등학생들이 길이 5m, 너비 1m 천 위에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글을 남기는 것을 포함해 벼룩시장 ‘콩장’, 거리밴드 공연, 씨앗·모종 나눔, 반달곰 전시 등 여러 행사가 펼쳐진다.

구례군은 이날을 계기로 안전한 보행로 확충과 교통체계의 재정립을 군정 10대 과제로 추진하는 등 빠르게 탈탄소 정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를 겪으면서 주민의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한껏 높아졌고, 기후위기 세대인 초등학생들이 “안전하게 걷고 싶다”고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감은 시민단체에서 시작해 초등학생이 이어받았다. 시민단체 ‘지구를 위한 작은 발걸음’은 지난해 6월부터 초·중·고 6곳이 몰려 있는 봉성로 일대의 차량 통행·주차 실태를 조사했고, 학생·학부모 615명을 대상으로 통학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탈탄소 교통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을 얻기 위해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구례중앙초등학교 4학년 학생 38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사회 과목의 소단원 ‘우리마을 안전지도 그리기’과정에서 세 차례 지구의 상황을 듣고, 세 차례 실태조사를 벌였다. 먼 데로 눈을 돌리지 않고 학교 인근의 보행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모둠별로 도로를 정해 보행로를 가로막은 주차 차량, 깨진 상태로 방치된 보도블록, 위험물과 쓰레기투성이인 노면 등을 사진에 담고 지도에 표시했다.

김순호 구례군수가 지난해 11월26일 구례중앙초등학교 4학년 교실을 찾아가 보행로 실태를 듣고 있다. ‘지구를 위한 작은 발걸음’ 제공
김순호 구례군수가 지난해 11월26일 구례중앙초등학교 4학년 교실을 찾아가 보행로 실태를 듣고 있다. ‘지구를 위한 작은 발걸음’ 제공

이어 김순호 구례군수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김 군수는 11월26일 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발표와 제안을 빠짐없이 들었다. 발표에 나섰던 김시은(11)양은 “군수님이 수업을 들어서 친구들 모두 긴장했다. 하지만 조사한 대로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아 위험해요’ ‘어른들이 등굣길에 차 세워놓아 불편해요’ ‘걷거나 자전거로 학교 오가고 싶어요’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학년을 맡은 교사 박혜지(26)씨는 “마을 안전지도와 교통사고 통계로 보고했다”며 “제안이 실현되자 후배들도 우유팩 잘라서 말리기, 쓰레기 만들지 않기, 재활용품으로 공작하기 등에 나섰다”고 전했다.

김 군수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아이들한테 많이 들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경구를 새기며 반성했다”며 “안전과 환경을 위해 읍내 주요도로 2차로 중 1차로는 인도나 물길로 만드는 사업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봉성로의 상점 70여곳의 주민들은 ‘아이들이 기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인호(73) 봉남리 이장은 “차가 없으면 불편한 상인들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연평·대청도, 텅 빈 꽃게 냉동고…“꽃게잡이 어민 빚이 5억” 한숨 1.

연평·대청도, 텅 빈 꽃게 냉동고…“꽃게잡이 어민 빚이 5억” 한숨

제주항공 참사 유족 비하 글 게재 30대 서울서 검거 2.

제주항공 참사 유족 비하 글 게재 30대 서울서 검거

“정말 감사했습니다”…제주항공 참사 유족들 ‘눈물’의 감사 인사 3.

“정말 감사했습니다”…제주항공 참사 유족들 ‘눈물’의 감사 인사

청각장애인에 “음성 앱 쓸 거면 다음엔 오지 마세요”…진료거부? 4.

청각장애인에 “음성 앱 쓸 거면 다음엔 오지 마세요”…진료거부?

정부 “제주항공 참사 179명 희생자 주검 오늘 가족 인도 마무리” 5.

정부 “제주항공 참사 179명 희생자 주검 오늘 가족 인도 마무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