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목적으로 백운광장 일대에 추진하는 공중보행로 사업 조감도. 남구 제공
광주 남구가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었던 백운고가를 철거한 뒤 ‘공중보행로’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푸른길 공원을 연결하는 보행자 중심의 건축물”이라며 찬성하는 의견과 “수십억 원을 들여 또다시 구조물을 짓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반대 의견이 나뉜다.
광주 남구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하나로 백운광장 일대에 공중보행로를 설치한다고 22일 밝혔다. 길이 207m, 폭 4~8m의 규모이며, 높이는 주변 상가를 가리지 않도록 5.0~6.5m로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남구는 “푸른길 공원이 백운광장 때문에 끊긴 것을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한다. 푸른길공원은 도심을 관통하던 경전선 철로가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2002년 12월부터 2013년까지 광주역~남광주역~광주대까지의 폐선 터 8.2㎞에 나무를 심어 ‘띠’처럼 조성된 녹색 쉼터를 말한다. 폐선 터를 이어 만든 푸른길공원은 백운광장에서 끊겨 있다.
1989년 개통된 백운고가는 상습적인 교통체증과 상권 활성화 저해 등으로 주민들이 철거를 요구했다. 남구 제공
공중보행로는 푸른길을 잇기 위해 화신빌딩~타이어뱅크남광주점~모아산부인 주변에 건축·구조물을 세운다. 공중보행로는 남구청사로도 연결된다. 윤형식 남구 도심활성화팀장은 “운전자들 입장에서 기존 백운고가가 철거돼 시야가 좋아졌겠지만, 인근 주민들은 보행하기가 힘들다. 보행자 육교가 아니라 ‘푸른길 공원’ 느낌이 드는 구조물로 디자인된다. 공중보행로가 완성되면 과거 차 중심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으로 바뀔 것이다. 그래서 주변 상인들도 찬성하고 있다.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중보행로 설치 사업엔 58억원이 든다. 남구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비 28억원(구비 14억원 포함), 시비·구비 10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남구는 이달 말까지 공중보행교의 디자인을 마무리한 뒤 광주시공공디자인심의와 실시설계를 거쳐 다음 달 공사에 들어가 늦어도 내년 초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1989년 개통된 백운고가는 31년 만인 지난해 6월4일 철거됐다. 남구 제공
이 사업에 찬성하는 쪽에선 “보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자 푸른길의 녹지띠를 잇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원칙적으로 공중보행로 건설에 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운광장에 보행 네트워크와 녹지 네트워크가 끊긴 것을 잇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보행 기능만 있는 다른 육교들과는 다르게 푸른길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공중보행로는 단순히 사람이 다니는 통로도 되지만 푸른길의 녹지를 계속해서 생태적으로 연결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푸른길 조준혁 사무국장도 “푸른길이 다리로 연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하방식이나 평면방식을 이용해 푸른길을 잇기에는 교차로가 여러 개여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공중보행로 구조물이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겠냐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엄해정 백운광장 도시재생뉴딜사업 주민협의체 사무총장도 “공중보행로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면 안전하고 편리한 공간이 조성돼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구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백운광장 일대에 추진하는 공중보행로 사업 조감도. 남구 제공
반대하는 편에선 “도시미관을 이유로 백운고가를 철거했는데, 또다시 그 자리에 수십억원을 들여 공중보행로를 설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지적한다. 조동범 전남대 교수(조경학과)는 “애초 기존 고가 기둥 2개 정도를 살려 푸른길을 잇는 ‘푸른길 브릿지(다리)’를 만들자는 안을 낸 적이 있다. 약간의 곡선노선도 가능할 것 같은데 현재 계획은 너무 돌아간 느낌이 들고 존재감도 부족해 보인다”며 “공중보행로 폭을 줄이고 경량으로 디자인하면서 노선은 푸른길만 잇는 정도가 최선일 듯하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개장한 서울역 앞 서울로7017. 서울시 제공
정성구 도시문화집단 시에스 대표는 “서울로7017은 한국 근대화의 상징적인 도로 중의 하나였던 곳을 도시재생을 통해 시민들의 쉼터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새 구조물을 만드는 백운광장 공중보행로와 개념이 다르다. 더욱이 수십억 원을 들이는 것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푸른길을 잇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지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공간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한다. 남구 주민뿐 아니라 광주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물어 사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89년 개통된 백운고가는 상습적인 교통체증과 상권 활성화 저해 등을 이유로 31년 만인 지난해 6월4일 철거됐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