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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좀 가자’…기아차 협력사 ‘호원’ 농성장에 펼침막이 붙었다

등록 2021-03-16 12:00수정 2021-03-16 14:09

16일 노동자 50여명 기아차 협력사 공장 점거
광주시 광산구 자동차부품업체 ㈜호원에서 일하는 용접공 유아무개씨. 호원지회 제공
광주시 광산구 자동차부품업체 ㈜호원에서 일하는 용접공 유아무개씨. 호원지회 제공
“용접을 하다 보면 독한 연기가 안개 낀 것처럼 뿌해 고통스러워요.”

광주시 광산구 자동차부품업체 ㈜호원에서 일하는 용접공 유아무개(39)씨는 16일 아침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호원지회 노조원 50여명과 공장 1개동을 점거했다. 호원 계열사에서 4년 동안 일하다가 1년 전 정규직으로 옮긴 유씨는 “현장 작업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용접할 때 독한 연기를 밖으로 뺄 배기장치가 없고, (현장엔) 달랑 대형 선풍기만 있어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지요.”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차체부품 납품 업체인 호원에서 노조원들이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며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차체부품 납품 업체인 호원에서 노조원들이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며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1차 협력사인 호원은 광주형일자리 자동차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주주로 참여하고 광주형일자리 선도기업으로 지정된 중견기업이다. 하지만 호원 노동자들은 “용접할 때 나오는 연기를 수년째 작업용 선풍기로 배출하는 실정”이라며 열악한 작업환경을 고발했다. 유씨는 “겨울에 작업하다 보면 ‘히터’ 하나만 갖고는 (몸을) ‘커버’할 수 없어 발가락과 손가락이 노출돼 시러워요. 그래서 따뜻한 공기가 나오는 온풍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원 쪽은 “더디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개선하고 있다. (작업환경 개선 문제는)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데 (공장점거 등) ‘실력행사’를 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농성장엔 ‘화장실 좀 가자’라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주·야간 교대로 200명씩이 일하는 공장 3개동엔 화장실 4개 정도 밖에 없다. 유씨는 “2시간 일하고 10분씩 쉬는데 화장실에 한꺼번에 갈 수 없잖아요? 작업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눈치가 보이고 화장실에 가면 기계가 멈추니까 납품을 맞추지 못해요. 사람을 위주로 하는 게 아니라 로봇(기계)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셈이지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원 쪽은 “작업 중에 화장실에 가면 보통 20~30분씩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체 작업자’를 세울 수 있도록 조·반장에게 말하고 가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4일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검 앞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호원지회 조합원들이 자동차부품업체 ㈜호원의 노조지배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4일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검 앞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호원지회 조합원들이 자동차부품업체 ㈜호원의 노조지배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농성장 밖에선 나머지 조합원 등 110여명이 “부당 해고를 철회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하라”고 집회를 열고 있다. 호원지회는 “김영옥 호원지회장이 해고됐고, 1명 전직, 1명 정직 등으로 회사가 노조를 탄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4일 노조 설립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호원의 신아무개 대표이사와 임직원 9명을 기소의견을 달아 광주지검으로 송치했다. 신 대표 등은 지난해 1월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호원지회(조합원 220명)가 설립되자, 이틀 뒤인 1월7일 별도 노조인 호원노조(251명)를 설립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속노조 호원지회는 이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점거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조합원들은 “기본적이고 당연한 요구를 위해 1년 넘게 투쟁해 왔다. 이제 양진석 호원 회장이 직접 대화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갈등이 극심한 호원 양진석 회장은 광주 노사민정협의회 위원이며, 오는 18일 치러지는 제24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쪽은 “양 회장은 상공회의소 회장 출마 전에 현장 내 노동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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