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한선(27)씨는 지난 7월 광주시 동구 계림1동 빈집을 재단장해 ‘리부띠끄’라는 가게를 차렸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옷을 디자인해 판매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했다. 임대료 등이 만만치 않아 창업이 쉽지 않았던 그는 광주 동구의 ‘빈집 청년창업 채움 프로젝트’를 통해 꿈을 이뤘다. 이 프로젝트는 동구에서 계림1동 일대 빈집을 활용해 청년창업자들에게 임차료와 상품개발비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짜여졌다. 이씨는 “일단 도매점에서 보세의류를 사와 판매하면서 새 유형의 맞춤복 디자인도 개발해 차근차근 패션계 장인의 꿈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의 ‘빈집 청년창업 채움 프로젝트’에 선발된 20~30대 청년들이 창업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선발된 창업 업종은 카페(2곳), 공방과 셀렉트숍(3곳), 문화예술 콘텐츠(4곳), 창업공간 리모델링과 상품개발(1곳) 등 모두 10곳이다.

한옥 리모델링 일을 하는 강동수씨는 프랑스 출신 아내와 함께 계림1동 빈집을 개조해 ‘배무이’(3호점) 문을 열었다. 이곳은 한옥 폐자재와 가죽 자투리를 활용해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공방이다. 5호점 ‘딴짓공작소’ 대표 김지희씨는 화분 등 취미상품을 만들거나 버려진 펜이나 병으로 리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10호점 청년창업 점포 ‘시점’은 조선대 학생들이 팀으로 창업한 공간으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예술행사 등을 기획하는 회사다. ‘디지털3D 콘텐츠 공방’ 으로는 지역 브랜드와 미디어콘텐츠를 연계한 업체(6호점), 파이프를 활용해 가구나 소품조명을 제작하는 리라이트(9호점) 등이 눈길을 모은다.

동구는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공모에 뽑혀 1억4천만원을 지원받아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올해는 10곳 가게에 임차료와 상품개발비로 1260만원씩을 지원한다. 리모델링비는 입주 청년들이 스스로 부담한다. 장주영 동구 청년정책팀 주무관은 “계림1동의 빈집 실태를 파악한 뒤 청년들의 수요를 조사해 지난 3월부터 예비 청년창업자들을 모집했다”며 “내년까지 2년간 청년창업자들에게 지원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 동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