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8월26일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에서 출석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전두환(89)씨가 40년 만에 학살 현장 광주에서 심판을 받는다. 광주시민사회는 전씨에 대한 엄벌과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재판은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관심이 쏠린다.
광주지방법원은 29일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선고공판이 3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전씨는 2017년 4월3일 펴낸 회고록 1권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조 신부의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군이 5·18 민주화 운동 때 헬기 사격을 했는지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헬기 사격이 사실이라면, 전씨는 ‘허위사실’로 2016년 숨진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된다.
헬기 사격 여부를 두고 검찰과 전씨 쪽은 올해 10월까지 열린 18차 공판에 증인 36명을 소환하는 등 첨예하게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목격자 증언과 광주 전일빌딩 탄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전씨 쪽은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10만 광주시민이 목격했을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5·18 연구자들은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신군부가 40년간 주장해온 ‘5·18 당시 발포는 자위권(자기방어권) 차원이었다’는 논리가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저자 이재의씨는 “이번 재판은 5·18 왜곡과의 싸움이다. 전두환은 1997년 대법 판결마저 부정하고 자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는데 이번 재판에서 헬기 사격이 인정되면 모두 수포가 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사회는 선고 당일 광주지법 주변에서 전씨의 사죄와 엄벌을 요구하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월을 사랑하는 모임’은 대형 전씨 인형을 끈으로 묶어 구속을 촉구한다.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공연하고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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