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시민단체 ‘광주로’ 주최로 광주의료원 설립을 위한 시민단체 간담회가 열렸다. 광주로 제공
광주광역시의 공공의료원 설립 사업이 부실한 준비 탓에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 재난 등에 대비해 2024년까지 공공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지금껏 용역 의뢰조차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는 지난 4월7일 공공의료 보건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음압 병실을 갖춘 광주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시민에게 약속했다. <한겨레> 보도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광주를 포함해 대전·울산만 공공의료원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시는 상반기 안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광주의료원 설립 추진 전담반을 꾸리겠다고도 했다. 시는 광주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 명목으로 1억원의 추가경정예산도 확보했다.
26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본관에서 예약한 시민들이 진료 신청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래진료를 중단했던 전남대병원은 이날부터 예약한 시민들에 한해 대면진료를 재개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시는 공공의료원 건립 예정지를 선정하지 못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용역 의뢰조차 못 한 상태다. 박향 시 복지건강국장은 “광주의료원 건립 적합 후보지로 10여곳을 검토했지만, 대부분 사유지거나 개발제한구역 등이어서 특정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용역 결과는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참고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 지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광주시가 건립 예정지를 정하지 않고 용역을 의뢰해, 정해진 예정지가 있어야 용역을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올해 용역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시는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공공의료원 용역비 예산을 빠뜨렸다가 뒤늦게 다시 넣은 사실도 드러났다. 박미정 시의원은 “광주의료원 용역비 1억원이 내년 예산안에 반영됐는지 시의회 전문위원실에 문의했다가 누락된 사실을 알았다”며 “이를 지적해서 용역 예산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박 복지건강국장은 “용역 예산 1억원은 실무자가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던 것인데, 내년 예산에 반영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공공의료원 설립추진 전담반(티에프)을 꾸리겠다던 약속도 진전이 없다. 이용섭 시장은 지난 4월 “올해 상반기 안에 설립추진 전담반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시민단체들은 광주의료원 설립 과정에 시민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단체 ‘광주로’ 주최로 25일 열린 올바른 광주의료원 설립을 위한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올바른 광주의료원 설립 시민운동본부’를 설립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정성국 광주로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공공병상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광주시가 공공의료원을 설립하겠다는 선언이 진척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공공의료원 설립에 시민들이 참여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쪽은 “앞으로 설립추진 전담반을 구성하고 민관협의체를 통해 공공의료원 설립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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