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광주 광산구 도산동 한 아파트 옥상에서 공무원이 공군 전투기 이착륙 소음을 측정하는 현장 조사를 참관하고 있다. 소송 없이 군 공항 소음 피해를 보상하는 법률의 시행에 따라 소음 영향도 조사 1차 측정이 이날 광주 시내 15개 지점에서 시작됐다. 연합뉴스
“개정안의 이름은 같은데 내용은 정반대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출신 의원들은 군 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안을 두고 충돌 양상을 보인다. 광주 출신 의원들은 군 공항 이전에 ‘속도’를 주문하고 있고, 전남 출신 의원들은 주민 동의 요건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4일 광주시와 정치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갑)과 김진표 의원(경기 수원무)이 대표 발의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이 모두 국회 국방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됐으나 심사에서 보류됐다. 소위에선 민주당 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송옥주(경기 화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같은 이름의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라오면 병합해서 심사한다는 입장이다.
군 공항 이전 사업 배경. 광주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용빈 의원이 지난 6월8일 1호 법안으로 올린 개정안은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절차별 기한을 명시해 국방부의 책임 아래 ‘속도’를 내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 새로운 군 공항 건설비용이 현재 광주 군 공항의 가치를 초과할 경우 초과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송갑석·민형배·이형석·조오섭·양향자·이병훈·윤영덕 의원 등 광주지역 국회의원 8명이 이 개정안 공동 발의자다.
반면, 서삼석 의원이 10월29일 발의한 개정안은 주민 투표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엔 국방부 장관이 군 공항 이전 후보지를 선정할 때 이전 후보지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개정안에는 광주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 전남지역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 발의자는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윤재갑(해남·완도·진도)의원,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주철현(여수시 갑)의원 등이다.
군 공항 이전사업 및 절차. 광주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민간 공항(광주공항)을 겸하고 있는 광주 군 공항을 전남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두고 민주당 광주·전남 의원들이 서로 상반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의 국회 법안 심사 기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주 군 공항 이전 절차는 2013년 3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첫걸음을 뗐다. 이 특별법에 따라 광주와 경기 수원, 대구 3곳의 군 공항이 이전 절차를 밟고 있다. 1950~60년대 수원(1954), 대구(1955), 광주(1966) 등에 건설된 군 공항이 주변 지역이 개발되면서 도시화했고, 군 비행장 소음으로 국가가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국가재정에도 부담되고 있어서다. 광주는 2016년 8월19일 국방부로부터 이전 타당성 평가 결과 적정 통보를 받았으나 해당 후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예비이전 후보지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군 공항 이전 주민투표 방식. 광주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현행 특별법엔 군 공항 이전 사업은 군 공항이 있는 지역의 지방정부가 사업시행자를 통해 새 군 공항 건설을 완료한 뒤 국방부에 ‘기부’하고, 국방부로부터 기존 군 공항 부지를 ‘양여’받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하도록 돼 있다. 광주 군 공항의 경우 이전 사업비(5조7480원 예상)가 들어갈 것으로 예측돼 사업시행자가 군 공항 터를 팔아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8.2㎢(248만평) 규모인 광주 군 공항의 1.9배에 이르는 15.3㎢(463만평)의 새로운 군 공항 후보지를 물색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이 때문에 수원·대구·광주 지역 군 공항 이전 시민연대는 이용빈·김진표 의원의 개정안이 연내 입법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청원문에서 “군 공항은 군사시설이고 이전사업은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국가 사무다. 대규모 군사시설을 종전부지 지자체 주도로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안정적 사업 추진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