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식구통을 앵글에 담은 김형주 작가 작품. 목요사진 제공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옛 광주교도소와 옛 국군통합병원의 5월 흔적들이 앵글에 잡혔다.
사진가들의 모임 ‘목요사진’은 30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1층 지하실에서 5·18기념재단의 후원으로 ‘에스오에스(SOS) 풍경Ⅲ’ 전시회를 연다. 5·18사적지 중 옛 국군광주병원(화정동)과 옛 광주교도소(각화동) 2곳을 소재로 한 작품 50여점이 선보인다. 여기서 고통당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담은 영상 2편도 상영된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 옛 국군통합병원 안 풍경을 담은 엄수경 작가 작품. 목요사진 제공
엄수경 작가는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1980년 5·18 당시, 그리고 현재의 소리·냄새·흔적들을 찾는 작업”이라고 했다. 엄 작가와 김형주·오형석·임성국·장준식씨 등 5명의 작가가 사진기를 ‘모스 부호’로 사용해 과거를 소환했다. 엄 작가는 “당시 두 곳 현장에서 고초를 겪었던 분들을 찾아 사진을 찍고, 증언을 영상으로 담았다. 기억과 흔적들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1980년 5·18 당시 다쳐 옛 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됐던 기억을 증언한 시민들. 정대하 기자
옛 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됐던 5명이 증언자로 나섰다. 옛 국군통합병원 인근 아파트 2층에 살던 이성순씨는 느닷없이 날아온 총알을 맞았다. 대학생 임성욱씨는 광주교도소로 끌려가 “(죽었으니)거적 덮어”라는 군인의 말을 듣고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난 곳이 국군통합병원이었다. 송하동 남선 연탄 부근에 살던 장양오씨도 총을 맞고 헬기에 실려 기갑 학교를 거쳐 옮겨진 국군통합병원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옛 국군통합병원 안 소각장과 성당의 모습, 병실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텅 빈 옛 광주교도소 사동과 초소 등 건물 외관과 독방, 갇힌 이들에게 밥을 넣어주는 구멍인 ‘식구통’ 등을 담은 사진도 눈길을 끈다.
옛 광주교도소 안 모습을 담은 오형석 작가 작품. 목요사진 제공
동화작가, 회사원, 자영업자들이 2011년 꾸린 ‘목요사진’은 2015년부터 잔인한 고문의 현장인 옛 505보안대 터 등을 지속해서 기록으로 담고 있다. 엄 작가는 “옛 505보안대나 옛 광주교도소가 체험·교육공간으로 바뀐다는 게 매우 아쉽다. 그곳에 꼭 어떤 시설을 지으려고 한다면 원형 공간을 그대로 두고 근처 빈 곳에 새 건물을 짓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목요사진 엄수경 작가가 29일 오전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전시작 앞에서 그간 해왔던 사진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목요사진 회원들. 뒤 왼쪽부터 김형주, 오형석, 엄수경, 장준식씨. 앉아있는 이는 임성국 회원. 목요사진 제공
옛 광주교도소 안 풍경을 담은 임성국 작가 작품. 목요사진 제공
옛 광주교도소 안 모습을 포착한 장준식 작가의 작품. 목요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