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호원지회의 사내 집회. 금속노조 제공
법원이 회사가 신청한 사내집회 금지 등에 대한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면서 사내 집회 때 환경정책기본법이 정한 소음 기준을 초과하면 노조 등에 고액의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노동계에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6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광주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심재현)는 지난달 29일 ㈜호원이 신청한 사내집회금지 등에 대한 가처분을 일부인용했다. 결정문을 보면,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호원지회 등이 환경정책기본법상의 소음기준을 위반할 경우 회당 각 100만원의 간접 강제이행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들었다.
재판부는 “호원지회 등은 오후3시부터 오후4시까지 다른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동안 집회를 하면서 70㏈(데시벨·소리 크기 측정 단위)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소명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일반공업지역의 소음 기준인 낮(새벽6시부터 밤10시까지)에는 70㏈, 밤(밤10시부터 새벽6시까지)에는 65㏈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사내 집회와 관련한 소음이 문제여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에 따라 소음 초과 기준이 정해져야 하는데 재판부가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의 소음 초과 기준을 끌어들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집시법은 주거지역이나 학교, 병원 등 이외 지역에선 주간은 75dB 이하, 밤은 65dB 이하 규정이 적용된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016년 1월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노조간부들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하면서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부득이한 것으로 일반인들도 수용할 의무가 있으며, 회사 안 집회도 불법도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회사 쪽이 집회 소음을 측정한 적이 없어 소음이 어느 정도였는지 특정할 자료가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금속노조 쪽 법률대리인 이수열 변호사는 “공장 안 집회 때 소음이 명확하게 반복적으로 일어났는 지가 중요한데, 어떤 방법으로 소음이 측정됐는지에 대한 별다른 근거도 없이 간접 강제이행이 결정돼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법원의 가처분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호원은 대형트럭의 운행 등으로 기본 소음도 매우 많은 사업장으로 음향시설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집회가 불가능하다”며 “고액의 강제이행금 결정으로 사실상 사내에서 집회를 금지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노조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지법 쪽은 “재판부에 제출된 자료 등 근거에 따라 적절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며, 이의신청 등이 예정된 사안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호원은 광주 광산구 하남국가산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450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중이다. 이 회사에선 지난 1월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호원지회가 설립된 뒤 곧바로 기업노조가 설립되는 등 사내 갈등을 겪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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