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호남

“유럽선 이미 이상기후 취약지역·대상 찾아내 대비”

등록 2020-09-14 04:59수정 2020-09-14 09:25

유럽, 재해위험 맞춤형 정보 제공
호주, 가용 농업용수 정교한 예측
성재훈 농촌경제연 부연구위원,
“재해정책, 복구에서 예방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환경자원연구부 성재훈 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환경자원연구부 성재훈 연구원

“이상기후가 언제 닥칠지는 모르더라도, 기상재해에 취약한 지역과 대상을 예측해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지난 4일 만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환경자원연구부 성재훈 부연구위원은 “올해 같은 이상기후나 극한기후는 한반도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재해정책의 중심을 ‘복구’에서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0월 연구원에서 ‘이상기후가 농업부문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연구’를 이끈 그는 우선 반복되는 이상기후를 일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작목에 따라 다르지만 54일간 이어진 장마로 대부분 개화와 수분이 쉽지 않았고 일조량이 줄어들고 병해충이 극성을 부렸다.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보고서를 보면,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구온난화는 이런 위기를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게 하여, 기상조건에 민감한 농업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성 위원은 통상 이상기후에 시설작물에 비해 노지작물, 특히 곡물이 더욱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상추·오이 등 채소는 시설재배로 생장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있고, 과일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벼·콩 등 식량작물은 재배 면적이 워낙 넓고 생산 농민도 훨씬 많아 노지재배를 회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곡물은 가격대가 낮아 기상 조건을 완벽하게 통제할 시설을 만들 수도 없고,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다. 경작 조건이 불리하지만 식량이라서 포기할 수도 없다.

그는 “농민의 수·나이·소득·학력 등을 고려할 때 (지역적으로는) 전남과 경남이 취약하다. (논에 물을 대어 벼농사를 짓는) 수도작 면적이 크고 자본이 부족한데다, 대부분 고령이라 대응이 벅차다”며 이상기후와 온난화에 대비해 벼 재배 시기를 앞당기고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는 시도를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곡물이 여무는 등숙기에 35℃까지 올라가는 고온에 강하고, 바람의 기세가 사나운 가을 태풍이 들이닥치기 전에 미리 수확하는 조생종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중부지역은 물 부족이 우려됐다. 그는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자료를 분석했더니 경기·충청 등에서 2071~2100년 물 부족이 심해진다는 전망이 도출됐다. 50년 빈도의 물 부족이 강하게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다. 이 지역에선 물을 많이 쓰는 농사를 짓는다면 전환하거나 따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체감하는 이상기후나 정부 대응은 어떨까.

“지난해 8월 농민 715명을 조사했더니 응답자 87%가 기후변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는 ‘먼 미래의 일’, ‘남의 일’로 여기기 때문에 심각하게 느끼지 않았다. 정부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나 시행하는 제도는 현실감이 떨어진다며 불만스러워했다. 예를 들어 농가의 강풍 피해는 초속 14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인정해주는데 전국에 96곳인 기상청 관측소에서 측정한 공식자료만 받아준다. 바람은 지형적 영향이 커서 산골짜기 자기 과수원의 사과들은 숱하게 떨어졌는데 수십㎞ 밖의 관측소엔 강풍이 불지 않았다고 하는 식이니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그는 “재해관리의 무게중심을 ‘사후 복구와 지원’에서 ‘사전 식별과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997~2009년 장기 가뭄이 들어 물 부족이 심해지자 사용 가능한 농업용수를 해마다 정교하게 예측해 농민들에게 알려주었다. 농민들은 자신이 실제 쓸 수 있는 수량을 미리 알고 이를 바탕으로 영농에 대한 결정을 했다. 유럽은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모든 정책을 평가하는 단계로 이행 중이다. 여러 국가가 이미 이상기후에 취약한 지역·대상을 찾아내 대중과 이해당사자한테 알리는 재해위험 식별(disaster risk identification)을 제도화했다.”

나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