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 착취물 1293개를 제작해 음란사이트에 연재한 배준환이 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경찰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 착취물 1300건을 제작하고 배포한 배준환(37·경남·유통업)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국내에서 ‘엔번방’을 제외한 성 착취물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17일 배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배씨를 검찰에 넘겼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혐의로 구속된 배준환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이날 공개했다. 경찰은 “피의자는 엔번방과 ‘박사방’으로 성 착취물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을때 오히려 범행을 집중적으로 저질렀으며, 청소년 피해자가 44명에 이르고 이들 영상 수천개 유포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며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9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아동·청소년 성 보호에관한 법률 위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배씨를 구속했다.
경남에 거주하는 배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영강’(영어강사 줄임말)이라는 대화명(닉네임)으로 방을 개설해 미성년자를 유인했다. 그는 영어강사로 근무했었다는 경력을 살려 닉네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오픈채팅방 환영합니다. 미션 성공하고 깊콘(기프트콘) 깊카(기프트카드), 문상(문화상품권) 받아가’라는 제목의 대화방을 열어 청소년들을 유인했다.
범행 대상은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다양했다. 배씨의 범행은 올해 1월부터 최근 사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배씨는 성 착취물에 자신의 대화명인 ‘영강’이 적힌 종이가 보이도록 했다. 배씨는 이 과정에서 배씨는 일명 행위 수준별로 보상을 달리하는 수위 미션으로 사진과 영상 속 피해자의 행위수위가 높을 수록 더 많은 금액의 이모니콘과 기프트카드, 문화상품권을 제공했다. 배씨에 넘어가 사진을 전송한 청소년이 44명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성착취물을 전송해 1000원에서 2만원 가량의 댓가를 받았다. 배씨는 성착취물 1293개를 제작하고 이중 88개를 온라인에 배포했다. 경찰이 확보한 사진과 영상만 66.5기가 바이트에 달했다.
배씨는 성 착취물을 피해자별, 날짜별로 정리해 음란사이트에 ‘영강’으로 연재했다. 배씨는 아울러 여성 피해자 8명과 성관계하면서 촬영한 동영상 907개도 모두 음란사이트를 통해 유포했다. 배씨는 청소년 피해자 중 2명에 대해 성 매수를 하거나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경찰은 “배씨는 금전적 이유가 아닌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고 온라인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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