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야생에서 구조된 노루와 고라니들을 보살피고 있다.
부상을 입고 구조된 야생동물 가운데 어미를 잃은 미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파트 창문 등에 새가 부딪히는 사례가 늘면서 ‘버드 세이버’ 필름 부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1월 문을 연 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이하 광주 센터)가 500여일 동안 야생동물 총 72종 463마리를 구조했다고 11일 밝혔다. 구조된 야생동물은 조류가 414마리(89%), 포유류 45마리(10%), 파충류 4마리(1%)순이며 수달, 수리부엉이, 솔부엉이, 참매, 새매, 하늘다람쥐, 삵 등 천연기념물 또는 멸종위기종 동물 14종 77마리도 포함됐다.
구조된 야생 동물 중 어미를 잃은 ‘미아’ 사례가 213마리(46%)로 가장 많고, 야생조류가 건물 유리창 등에 부딪힌 ‘충돌’ 사례 137마리(30%), 차량충돌·쥐 끈끈이·질병 감염 등 사례 48마리(10%) 순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야생동물의 번식기인 4~8월 중에 어미를 잃은 어린 동물이 많다고 한다. 부상한 야생조류 상당수는 날아가다가 아파트 또는 도로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부딪힌 경우가 잦다.
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다쳐서 구조된 황조롱이를 치료하고 있다.
배성열 센터장은 “어린 동물을 발견하면 주변에 어미동물이 있을 수 있으니 일정 시간 관찰한 후 구조신고를 해주기를 바란다. 어린 조류는 둥지에 올려 놓으면 최상이다”며 “조류들의 충돌 사고를 막으려면 유리창에 5~10㎝ 간격으로 점을 찍은 버드 세이버 필름 등을 부착하도록 환경부에서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센터가 문을 연 뒤 2019년에는 249마리, 올해는 6월 현재 214마리 등 구조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2018년까지는 광주지역에서 부상·조난당한 야생동물 구조·치료는 각 구청 지정 동물병원 5곳에 위탁해 연평균 120여 마리가 치료받았다. 광주센터 쪽은 “현재 109마리는 치료와 재활과정을 거쳐 처음 구조된 지역을 우선해 자연으로 돌아갔다. 현재 76마리는 건강하게 자연에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재활 중”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