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중항쟁 도시를 소재로 6권의 시집을 낸 김재석 시인. 사진 정대하 기자
“문학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했습니다. 이야기 속에 서사가 편편히 담겨 있는 시를 써보고 싶었지요.”
전남 목포에서 활동 중인 김재석(65) 시인은 25일 “고향의 이야기와 항쟁 도시의 역사를 운율이 있는 시 형식으로 썼다”고 했다. 1990년 <세계의문학>에 시로 등단한 그는 2008년 시조(필명 김해인)로 ‘유심신인문학상’도 받았다. 그가 낸 시집으론 <까마귀> <샤롯데 모텔에서 달과 자고 싶다> 등이 있다. 그는 2015년 말 아내 신정희 대표가 차린 사의재라는 독립출판사를 통해 5년 동안 70권의 시집을 냈다.
그 가운데 민중항쟁이 일어났던 도시인 광주·대구·부산 등에 관한 시집이 6권이다. 5·18민주화운동의 광주, 여순사건이 일어났던 여수·순천, 4·3의 제주, 부마항쟁의 도시 부산과 마산, 10월항쟁이 일어났던 대구 등지다. 그는 “동족상잔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71편의 시를 써 <여순-백비>라는 시집을 냈다. <제주-4·3>은 “학살이 자행된 눈물의 보석인 제주에 관한 시집”이다. <부산-부마항쟁>엔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과 피난시절, 부마항쟁 관련 작품들이 실려 있다.
김 시인이 이야기를 운율에 얹어 시로 풀게 된 계기는 고향인 전남 강진과 관련이 있다. “고향 이야기를 시로 써봤더니 엄청나게 계속 나와요. 백련사만 갖고 한 권, 무위사 이야기로 또 한권…정신없이 시를 썼어요. 시가 곳곳에서 써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김 시인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국사와 해인사 등 절과 송광사·미황사 등을 포함해 ‘사찰 관련 시집’도 12권이나 냈다. “그땐 많이 돌아다녔어요. 차가 없어 못돌아오면 그 부근에서 자기도 하고요. 카메라로 절 풍경도 많이 담았지요.”
김 시인의 또 하나 주제는 ‘남북 접경지역’ 시집이다. 강원도 고성부터 인천직할시 옹진까지 접경지역 12 곳에 관한 시집을 한권씩 냈다. 그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과제는 분단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시 동족상잔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도시의 개념을 짧은 언어로 응축한 시집이 그 지역을 이해하는 길라잡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시는 가시면류관 같다. 각 지역의 역사와 인물 등을 공부한 뒤 개념을 잡고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시를 쓴다”며 “시집 한 권을 내고나면 잠시 멍해져서 ‘도저히 다음 작업은 못하겠다’고 하다가도 또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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