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호남

“19세기 끝자락 진도 사람들의 풍속·문화 생생”

등록 2020-05-07 18:48수정 2020-05-08 02:38

김희태·박명희 박사 ‘역해 은파유필’
진도 유배 정만조 시집 함께 번역
김희태 목포대 강사.
김희태 목포대 강사.

“19세기 끝자락 진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시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전남 진도에 유배됐던 무정 정만조(1858~1936)의 <역해 은파유필>(도서출판 온샘)의 공동 역해자 김희태 목포대 대학원(사학과) 강사는 2일 “한 지식인이 죄명도 인지하지 못하고 유배 간 이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적을 남겼는가를 알 수 있는 작품집”이라고 말했다. <은파유필>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연루돼 진도로 유배 온 정만조가 4년 동안 진도에서의 유배생활을 144개 제목, 249수의 시를 통해 기록한 시집이다.

박명희 전남대 강사.
박명희 전남대 강사.

진도문화원이 지원해 세상에 나온 <역해 은파유필>은 학제간 협업의 산물이다. 박명희(고전문학), 김희태(역사학), 향토학(박주언), 이경엽·이윤선·송기태(이상 민속학), 국악학(김현숙) 등 각 분야 연구자들은 지난해 4월 ‘진문강회’라는 강독 모임을 결성한 뒤 독회를 하면서 현장을 답사하고 토론했다. 김 박사는 “시에 강강술래가 나오면 국악·민속학 전공자들이 동작을 설명해주고, 지명에 얽힌 이야기는 사학 전공자가 보태는 방식으로 공부해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박명희 전남대 사학과 강사와 김 박사는 국역 <은파유필>(1988·박래호)의 선행 연구를 근간으로 번역과 해설을 곁들어 시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500쪽짜리 역해서를 냈다.

&lt;은파유필&gt;
<은파유필>

<은파유필>엔 당시 민중들의 민속놀이와 관련된 작품도 여럿 포함돼 있다. 정만조는 유교적 관점에 얽매여 지역문화를 보지 않았고 진도에서 전해지는 당대 풍속과 문화도 교화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이경엽 목포대 교수(민속학)는 “정만조는 진도에서 시를 짓는 계모임을 통해 진도의 지식인들과 교유하며 문학 활동을 했고, 다른 유학자처럼 주자가례의 예법 준수에 집착하지 않고 유교 풍속 그 자체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진문강회 회원들의 현장답사.
진문강회 회원들의 현장답사.

‘추석잡절’은 장정들의 씨름, 여인들이 즐겼던 강강술래(强强須來), 담 넘는 놀이, 실비늘 놀이, 오이따는 놀이 등 추석 놀이문화를 보고 쓴 시다. 시를 쓰면서 주석을 덧붙여 상세하게 놀이문화를 설명한 점이 눈에 띈다. 김 박사는 “민속놀이를 담은 작품은 르포적인 성격이 강하며 극히 사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객 박덕인에게 주다’라는 작품은 진도 세습무계 출신의 예술인 박덕인(1827~1900)을 위한 헌정시다. 박덕인은 부인이 죽자 음악을 접고 은거하다가 20년 만에 정만조 앞에서 춤과 가야금·퉁소 공연을 펼쳤던 인물이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김희태 박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