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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불꽃 피운 들불야학 옛 터 철거 위기에 “존치” 목소리 커져

등록 2020-04-08 16:17수정 2020-04-08 16:48

참여자치21, 5·18사적지 지정 촉구
광천재개발사업으로 일부 철거 예정
5·18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살았던 광주 최초 연립주택인 광천시민아파트 나동 모습. 광천시민아파트는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며 나동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한겨레>자료사진
5·18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살았던 광주 최초 연립주택인 광천시민아파트 나동 모습. 광천시민아파트는 재개발구역에 포함되며 나동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한겨레>자료사진

광주·전남지역 노동운동 산실이자 5·18 당시 민중언론 역할을 했던 <투사회보>제작 장소인 광주 광천시민아파트(이하 시민아파트)를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참여자치21’은 8일 성명을 내어 “광주시는 시민아파트(3층 3개 동 184가구)를 5·18사적지로 지정해 광주 공동체 정신을 보여주는 역사교육문화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성명은 지역 최대 규모인 광천동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지난해 12월31일 시행 인가를 받은 뒤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사업이 진행되면 들불야학 옛터인 시민아파트가 사업구역 안에 있어 철거될 위기에 처한다.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성당 교리실 5·18 사적지 27호.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성당 교리실 5·18 사적지 27호.

광천동 시민아파트는 광주·전남 최초의 노동야학인 들불야학(1978년 7월~1981년 7월)의 근거지였다. 윤상원은 박기순(1957~78)이 주도한 들불야학에 참여하면서 1978년 이 곳에 입주했다. 시민아파트 바로 옆 광천동 성당 교리실에서 출발한 들불야학은 1979년 1월 다동 2층 방으로 학당을 옮겼다. 윤상원·박용준 등 강학·학강들은 5·18항쟁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맞서 싸우다가 세상을 떴다. 윤상원·박용준(1956~1980)등이 5·18 당시 <투사회보>를 제작한 곳도 시민아파트 들불야학 학당이었다.

이 단체는 이어 “지난해부터 광천동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과 5월 단체,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서구청 등이 협의 중이지만 존치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조합 쪽은 분양가 상승과 사업기간 연장을 우려해 전체가 아닌 5·18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살았던 나동만 남겨놓고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들불야학이 처음 시작했던 광천동 성당 교리실(5·18 사적지 27호)은 도로 개설로 외벽 일부만 남았다. 참여자치21은 “5·18 역사 공간 중 온전히 남아 있는 곳은 옛 국군통합병원 터와 옛 505보안대 터, 시민아파트 등 세 곳뿐 이다. 옛 전남도청 건물처럼 시민아파트를 훼손한 뒤 다시 복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홍 작가가 2018년 8월 21일 오후 1시 광주시 서구 광천동 시민아파트 나동 출입구에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lt;한겨레&gt; 자료 사진
주홍 작가가 2018년 8월 21일 오후 1시 광주시 서구 광천동 시민아파트 나동 출입구에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한겨레> 자료 사진

이 단체는 “광주시는 시민아파트 3개 동 전체를 5·18 사적지 30호로 지정해 광천동성당과 연계한 광주공동체 역사문화교육장소로 활용하길 바란다. 범시민적 공감대 형성 방안 마련과 함께 중앙정부로부터 행정·재정 지원을 끌어내 시민과 조합 모두가 동의하는 존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광천동 시민아파트는 한국전쟁이 이후 피난민이 모여 살던 판자촌 일대에 1970년 7월 지어진 광주 최초 연립주택이다. 광주·전남 첫 노동야학인 들불야학은 1978년 8월 광천동성당 교리실에서 시작해 이듬해 1월 시민아파트로 장소를 옮겨 1981년 7월까지 유지됐다. 들불야학은 이곳에서 1980년 5·18 기간 계엄군 만행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대신해 민중언론 <투사회보>를 제작해 배포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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