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이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광주·울산·대전에도 공공의료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이 닥칠 경우 공공의료원이 시민건강을 지킬 컨트롤 타워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일 광주시 쪽의 말을 종합하면,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광주·대전·울산만 공공의료원이 없는 실정이다. 광주엔 시립 제1·2요양병원과 시립정신병원, 호남권역 재활병원 등 4곳의 특수목적 병원만 있다. 전국의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224곳으로 5.7%를 차지하지만, 광주는 공공의료기관이 8곳으로 전체 대비 3.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기 전까지 공공의료 대책을 세우는 데 무관심했다. 광주시는 100만명당 종합병원(100병상 이상) 수가 13.6곳으로 서울(4.1곳), 부산(7.1곳), 인천(5.3곳), 대구(3.2곳), 대전(5.9곳)보다 월등하게 많다며 공공의료원을 별도로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염병이 또 유행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순석 전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지방정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치료시설과 병상이 있느냐에 따라 위기상황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반드시 공공의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 코로나19 경증 확진 환자들이 4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 도착해 의료진과 병원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이용섭 시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공공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뒤에야 광주시는 광주의료원을 설립하기 위한 전담반(티에프)을 구성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신축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시가 빛고을전남대병원을 인수해 공공의료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전과 울산에서도 공공병원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전에서는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대전시, 시민단체, 감염병 전문가 등이 ‘대전의료원 설립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해 왔다. 대전의료원 설립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고 2018년 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에 올랐으나 예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원점을 맴돌고 있다. 대전시는 동구 용운동에 2025년까지 300병상 규모의 대전의료원을 지을 계획이었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16일 열린 본회의에서 ‘대전의료원 설립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울산은 울산대병원을 빼면 대부분 경증환자 치료수준의 시설에 불과해 중증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선 속수무책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지난해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지정된 300병상 규모의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500병상 이상으로 확대해 산재뿐 아니라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의료시설로 강화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정대하 송인걸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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